대법, 통상임금 확대-소급적용 제한 ‘절충’

동아일보

입력 2013-12-19 03:00 수정 2013-12-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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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포함”… 시간외수당-퇴직금 오를 듯
“회사존립 위협수준 소급은 안돼”… 치열한 소송-임단협 예고


60년만에 통상임금 범위 확정한 대법원 재계와 노동계의 주장이 극명히 엇갈리던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양승태 대법원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들어서 착석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중차대한 선고를 앞두고 긴장한 듯 입을 굳게 다문 모습이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953년 근로기준법에 통상임금 개념이 처음 도입된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통상임금에 대한 판단 근거가 정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 김소영 대법관)는 18일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며, 수당 등 복리후생비에 속하는 임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상여금 제도를 갖고 있는 기업의 경우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정하는 시간외수당과 퇴직금 등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100인 이상 사업장의 월평균 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가정하면 그의 임금 총액은 297만 원으로 이 중 통상임금이 170만6000원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222만9800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이 근로자가 추가로 지급받는 시간외수당 등은 23만5000원(총액 대비 8.5% 인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매주 휴일에 8시간 근무, 평일 2시간 연장 근무를 했을 경우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임금채권 소멸시효인 과거 3년 전까지 소급 적용하는 것은 ‘신의성실원칙’과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내세워 제한했다.

대법원이 현행법에 따라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기업의 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고려해 절충적인 판결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이날 자동차 부품 업체인 갑을오토텍 근로자와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및 퇴직금 청구소송 2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1개월을 초과해 정기적·고정적으로 특정한 조건 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생일축하금 휴가비 김장보너스 등의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날 판례는 현재 전국 법원에 계류 중인 160건의 소송뿐 아니라 앞으로 노사가 벌이게 될 단체협상과 그에 따른 소송을 판가름할 기준이 된다.

대법원은 또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키로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만큼 무효라는 기존 판례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근로자들이 새 판례에 따라 회사를 상대로 이전에 받았어야 할 금액을 추가로 청구할 수는 있지만 과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한 노사 간 합의가 있었는지와 추가 지급 규모가 회사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가 되는지를 따져야 한다”며 청구권을 제한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근거로 든 ‘경영상의 어려움’ 등에 대한 노사 간의 입장이 다를 가능성이 커 새로운 갈등이나 줄소송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경우든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임금 추가 지급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 통상임금 ::

연장·야간·휴일 등 각종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데 기준이 되는 임금. 퇴직 전 일정 기간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기초로 산정하는 퇴직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는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所定·정한 바)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일급·주급·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고 추상적으로 정의했을 뿐 구체적 내용이 없어 논란이 돼 왔다.

장선희 verso@donga.com / 세종=홍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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