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16>비씨카드-서울 인왕시장

동아일보

입력 2013-12-03 03:00 수정 2013-12-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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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품권 쓰고 카톡으로 상품권… ‘스마트 장터’ 대명사

‘상생의 비빔밥’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시장에서 열린 ‘사랑해 빨간밥차’ 행사에서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시장 상인과 지역 노인들에게 나눠줄 비빔밥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자, 이제 정성과 애정을 듬뿍 담아서 힘차게 비벼 주시면 됩니다.”

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어린아이 키만 한 주걱을 든 사람들은 당근 콩나물 등 채소를 가운데로 모았다. 이내 바닥에 깔린 고추장과 흰 쌀밥 그리고 채소와 쇠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섞였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시장에서 열린 비씨카드의 ‘사랑해 빨간밥차’ 행사. 빨간밥차는 비씨카드가 2005년부터 복지기관 12곳을 통해 밥차 13대를 지원함으로써 소외계층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활동이다.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이선구 서울사랑의열매 부회장 등 참석자들은 꽉 잡은 나무 주걱을 맞부딪치며 300인분의 비빔밥을 만들어냈다. 이날의 비빔밥은 인왕시장 상인 그리고 지역 노인들에게 제공됐다. 아침부터 눈과 비가 섞여 내린 탓에 시장 안팎의 기온은 크게 떨어졌다. 당초 시장 정문 앞에서 할 예정이었던 행사도 시장 안으로 옮겨야 했다. 비빔밥을 함께 나누는 밥 한 그릇에 상인과 손님들의 표정만큼은 발그레 달아올랐다. 시장을 찾은 전예순 씨(66·여)는 “시끌시끌한 소리가 나기에 들어와 봤다. 공짜 밥도 먹었으니 시장에서 장 좀 많이 봐야겠다”며 웃었다.


○ 전통시장 전자상품권, 상인들도 반겨

비씨카드는 이날 빨간밥차 13대를 운영하는 기관들에 차 한 대당 800만 원씩의 운영비를 지급했다. 종전에는 현금으로 지급했는데 이날은 달랐다.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전자상품권으로 지급했다.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활동인 만큼 이왕이면 전통시장 상인들도 웃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은 “앞으로도 소외계층과 전통시장 상인을 함께 도울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씨카드와 비씨카드 회원 금융회사들이 발급하고 있는 온누리전자상품권은 시장 상인들에게 점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처음에는 수수료가 있을까봐 거부감을 가졌지만 가맹점 수수료가 전혀 없고 관리가 편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전자상품권을 반기는 상인이 늘어났다. 전자상품권은 카드 결제 단말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전자상품권으로 결제한 금액은 2, 3일 후에 상인의 계좌로 입금된다.

인왕시장에서 채소 도소매 장사를 하는 경북상회의 김운아 씨(51·여)는 “종이상품권은 거슬러준 돈을 전통시장에서 다시 쓴다는 보장이 없지만 전자상품권은 해당 금액을 모두 시장에서 써야 하니 상인 입장에서는 더 좋다”고 말했다. 2011년 12월 처음 발급된 후 지난해 12월까지 56억 원어치가 팔린 전자상품권은 올해 11월까지 140억 원어치가 팔려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비씨카드는 전자상품권 보급을 늘리기 위해 최근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현재 카카오톡에서 ‘선물하기’를 통해 온누리전자상품권을 3%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5만 원짜리 상품권을 4만8500원에 구할 수 있는 것.


○ 지역사회·젊은이들과 함께 발전

밥차 행사와 온누리전자상품권의 활용에서 보듯, 전통시장의 힘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데서 나온다. 인왕시장은 지난해 6월 서대문구와 함께 전통시장과 사회적기업이 함께 살 수 있는 활동을 시작했다. 인왕시장 내 비어 있던 점포를 단장해 청년창업가와 사회적기업, 예비사회적기업에 무상 임대하는 사업을 벌인 것. 서대문구는 시설공사비를 지원했고, 개별 건물주는 점포당 월 200만 원 정도인 임대료를 2년간 받지 않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현재 8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중고의류를 판매하는 의류매장, 청소년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시켜주는 커피회사 등 다양한 가게가 들어와 있다. 이들은 인왕시장으로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고, 전통시장에는 활력을 돌려주고 있다.

인왕시장이 불황기를 이겨내고 많은 사람이 찾는 전통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재석 인왕시장상인회장은 “시장 입구에 어린이 놀이방과 꽃꽂이 교실 같은 문화 강좌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인왕시장 상인들은 사람이 많이 모인다면 서로 도우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시장 곳곳을 ‘종이컵 트리’로 차별화 ▼

[우리시장 스타]예비사회적기업 ‘감성상회’ 심설희 팀장

‘감성상회’의 심설희 팀장이 종이컵으로 꾸민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서 있다. 감성상회는 이 종이컵을 활용해 인왕시장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도록 꾸밀 계획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처음에는 시장 곳곳을 사진 찍고 다니니까, 원산지 표기 위반 같은 걸 신고하려는 줄 알고 경계의 눈초리로 보셨죠.”

설치 미술 활동을 하는 여성 4명이 운영하는 예비사회적기업 ‘감성상회 인 스페이스 플러스’가 인왕시장에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해 6월. 서대문구와 인왕시장이 사회적기업에 빈 점포를 무상 임대해줬다. 초창기 상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간판이 걸리고 매일 불을 켜놓긴 했는데 장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젊은 여자 4명이 계속 드나드는 게 이상했다. 그러더니 시장 점포를 돌며 사진을 찍었다.

이들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시장 지도를 만들기 위한 것. 컴퓨터 화면에 그리는 평범한 지도가 아니었다. 시장 점포는 헝겊으로 표시해 핀으로 고정시키고 색실로 이들을 연결한 세상에 하나뿐인 인왕시장 지도였다. 지도는 감성상회 점포 안 벽면에 그려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감성상회의 첫 전시회로 열린 ‘인왕시장 지도 만들기’전은 감성상회 미술가들과 상인들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됐다. 유리문 너머로 시장의 모습을 담은 지도가 완성돼 가자 상인들은 문을 열고 들어와 말을 건넸다. 점포의 위치가 잘못됐으면 말해줬다. 감성상회의 심설희 팀장(39·여)은 “새벽이면 문 앞에 배추 같은 반찬 재료를 두고 가시는 상인들도 있다”며 웃었다.

감성상회 사람들이 시장에 들어온 것은, 다양한 이야기를 간직한 시장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독창적인 설치 예술을 표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종이컵을 활용한 트리로 시장 곳곳을 꾸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인왕시장 채소 도-소매 병행… 무료배송 서비스 인기 ▼

인왕산과 홍제천변에 자리 잡은 인왕시장은 1970, 80년대에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최대 상권이었다. 특히 채소 도매시장으로 호황을 누렸다. 최근에는 도매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소매를 병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응암과 모래내 일대의 전통시장과 식당들은 인왕시장에서 채소를 많이 사간다.

인왕시장은 지난해 6월부터 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대문구의 지원으로 9000여만 원을 들여 무료 배송센터를 지었다. 이곳은 전체 상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배송센터에서는 당일 3만 원 이상이나 10kg 이상 물품을 구입하면 시장 반경 2km까지 배송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산부와 고령자 등은 구매 금액의 제한 없이 배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배송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상인들에게는 건당 1000원 정도의 비용을 받는다. 배달 물품 규모에 따라 비용은 달라지기도 한다. 현재 배송서비스 이용 건수는 1일 평균 50여 건에 이르고 있다.


시장 관련 상담 및 문의
△ 동아일보 기획특집팀 02-2020-0636 changkim@donga.com
△ 시장경영진흥원 02-2174-4412 jammuk@sij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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