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1000가지 茶의 ‘명가’ 싱가포르 TWG티, 한국1호점 문 연다

동아일보

입력 2013-11-28 03:00 수정 2013-11-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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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서울 청담동에 부티크&살롱 내는 ‘TWG티’ 본사를 가다

주석으로 만든 이 겨자색 차통과 보관장은 티더블유지 티(TWG Tea)의 트레이드마크로 1837년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동서양 차(茶)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차 보관용으로 개발돼 지금까지 사용되는 전통적인 도구.직원이 손님이 요구하는 차를 찾아 통에서 덜어내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이렇게 원하는 차를 원하는 만큼 덜어서 살 수도 있다. 또 직원들은 수백 가지 차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도 친절히 응해줘 마셔 보지 않은 차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싱가포르 시내 쇼핑센터의 티더블유지 티 부티크&살롱. 싱가포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1849년은 차(茶) 역사에 기념비적인 해다. 영국 동인도회사가 보낸 로버트 포천(스코틀랜드인 정원사)이 중국 대륙에 변장 잠입해 차나무와 씨앗을 훔쳐 인도로 빼돌린 해여서다. 차나무와 씨앗은 캘커타를 거쳐 히말라야 산맥 아래 고지대 다르질링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거기 배양실에서 싹을 틔워 동인도회사가 조성한 플랜테이션(식민지에서 값싸게 착취한 노동력으로 일군 산업형 농장)에서 대량재배돼 영국을 비롯한 서양에 수출됐다.

이것이 세계적 명성의 다르질링 차다. 이 차가 서양에서 중국차를 밀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7, 8년. 향과 맛은 못해도 반응은 좋았다. 저렴한 가격 덕분이다. 이 차는 영국에 효자 노릇을 단단히 했다. 판매 수익에 관세 수입, 거기에 수출까지 늘어 큰 수입원이 됐다. 인도 등 식민지 개발은 물론이고 산업혁명 후 급격한 도시화로 요구되던 영국의 사회간접자본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이 짝퉁 중국차―다르질링 차―가 가져온 가격 하락으로 대중화된 차는 커피와 진(Gin)을 제치고 영국인 선호 음료 1위로 올라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는 더 컸다. 국민 건강 증진이다. 첫 번째는 콜레라 같은 수인성 전염병 예방이다. 물을 끓여 마신 게 원인. 두 번째는 식량난 해결인데 차가 맥주 소비를 줄인 것이다. 당시 영국에선 수확한 밀의 절반이 맥주 양조에 들어가 곡식이 부족했다. 임신부가 맥주 대신 차를 마심에 따라 태아 건강도 좋아져 국민 체력이 개선된 것도 차 덕분이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 있는 티더블유지 티 가든(TWG Tea Garden)의 판매장. 다양한 차가 럭셔리하게 포장되어 전시되고 또 판매되는 곳이다. 티더블유지 티 제공
이후 영국인이 가는 곳엔 늘 차가 따랐다. 차나무가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간 건 그 덕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이었던 만큼 스리랑카 뉴질랜드 호주 케냐 등 식민지 어디든 생장 조건이 맞는 곳이라면 차나무를 심었다. 차란 차나무의 잎을 말려두었다가 따뜻한 물에 우려내 마시는 음료. 영어로는 티(tea), 프랑스어로는 테(th´e)다. 그런데 이 세상에 차나무(산다과 동백나무속)는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ia sinensis)’라는 학명의 나무 하나뿐. 그러니 지금 서양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차나무는 로버트 포천이 훔쳐온 차나무 씨앗에서 파생된 그 후손이다. 하지만 차나무는 한 종이라도 차는 토양과 기후, 제다(製茶)법에 따라 향과 맛, 색이 다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우리 녹차만 마셔왔다. 중국차―푸얼(普이), 우룽(烏龍), 톄관인(鐵觀音) 등등 다양―도 대중화된 건 극히 최근으로 10여 년 전만 해도 국산 녹차가 대종이었다. 이런 우리나라에 다음 달(12월) 중순 서양식 티룸에서 음식 빵 과자와 함께 전 세계의 다양한 차(1000종)를 맛보일 명품 차 브랜드가 들어온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티더블유지 티’(TWG는 The Wellness Group의 약자·www.TWGTea.com)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새로 지은 차나무 모양의 지하 1층, 지상 2층 빌딩에 고풍스러운 살롱(티룸)과 부티크(판매장)를 들이고 여기서 전 세계 800여 다원에서 수집한 최상급 차만 판매할 계획이다.

티더블유지 티의 한국 상륙은 ‘큰 사건’이 될 듯싶다. 우리 차인(茶人)들이 대체로 서양 차인 ‘홍차(black tea)’를 잘 몰라 저급하게 취급하며 마시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티더블유지 티에만 가도 1000종 이상의 다양한 차―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블렌딩티 등등―를 맛본다. 블렌딩 티는 말린 꽃 또는 과일이나 그 천연의 정향(精香)을 더한 것이다. 그리고 부티크&살롱에선 차만 마시는 게 아니다. 빵 과자 음식과 함께 차를 즐긴다. 그것도 우리 다실과 같은 선(禪)풍 공간이 아니다. 영국 빅토리아시대(19세기 후반) 상류층의 우아한 거실과 같은 곳이다. 우리가 몰랐던 차가 얼마나 많은지, 이제껏 우리 차문화가 얼마나 단조로웠는지를 일깨우며 차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신세계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또 하나 기대되는 효과는 가격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다. 티더블유지 티는 매년 전 세계 최고 다원(茶園)을 직접 찾아가 최상급만 구입해 파는 걸 원칙으로 삼은 회사다. 그래서 세계 최고 찻잎을 자신한다. 그러니 그것과 비교하면 차 가격의 적정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우리에게 차는 대체로 명상과 수양에 동반한 고상한 취미로 숭앙됐던 면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예의와 지식을 갖춰야 하는 부담스러운 취미로 인식된 것도 사실. 그런데 서양의 차문화는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편안하고 격식이 없다. 음식을 먹으며 함께 즐기는 일상의 음료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수백 년이다. ‘애프터눈 티’(오후의 티타임에 가벼운 음식을 들며 함께 마시는 차)는 서양 차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窓). 티더블유지 티는 이런 색다른 차문화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려 한다. 오늘은 그에 앞서 이런 서양식 차문화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살펴보겠다.


▼ 고풍스런 빅토리아風실내서 명작 茶器로 천상의 맛 음미 ▼
TWG티 본사 매장서 차 마셔보니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의 쇼핑몰 연못위에 있는 티더블유지 티(TWG Tea)의 티 가든(Tea Garden). 싱가포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티더블유지 티(TWG Tea)는 차(茶)의 ‘오트 쿠튀르(194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돼 유럽과 미국으로 번진 전 공정 수작업의 명품 하이패션)’다. 다시 말해 차를 바탕으로 럭셔리 명품문화를 구현한 최초 기업이다.

그걸 확인하기란 어렵지 않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복합리조트)의 쇼핑몰 중앙. 성큰 구역(채광을 위해 설치한 유리천장 아래) 원형 연못 위엔 유럽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가제보(팔각 정자 형태의 휴식터)가 있다. 입구 정면엔 ‘1837 TWG Tea’라는 명패가 보인다. 식당처럼 보이는 이곳 가장자리에선 사람들이 차와 음식을 들며 담소를 나눈다. 여기는 ‘티더블유지 티가든(Tea Garden)’. 싱가포르 쇼핑몰 등에 산재한 티더블유지 티의 8개 시설 중 하나다.

실내는 고풍스럽고 우아하다. 이걸 서양에선 ‘빅토리아시대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1837년 즉위해 1901년 타계한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가장 평화롭고 자신감이 넘쳤던 최고 번영기―의 상류사회를 연상시키는 장식이어서다. 그런데 영국의 차문화 역시 이 시절에 절정으로 치달았으니 티더블유지 티의 이런 콘셉트는 이 회사가 추구하는 오트 쿠튀르와 잘 상응한다. 그런데 이런 고급 고풍 고품격 디자인은 이 매장 장식에만 그치지 않는다. 찻잔과 주전자는 물론이고 차의 포장과 페이스트리 과자 초콜릿 등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석상자’ 같은 분위기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벽면을 꽉 채운 겨자색의 수많은 차통. 거기엔 저마다 이름이 쓰여 있고 그 이름의 찻잎이 보관돼 있다. 이 차통은 19세기 차 무역 당시 사용되던 그 모양 그대로 만든 것. 티더블유지 티엔 그 차통이 1200개도 넘는데 그건 이 회사의 차 품평가가 찻잎을 구하느라 매년 찾는 다원(茶園) 수(1000여 개)에 자체 블렌딩 티(과일 꽃의 정향을 가미한 차로 200여 개)를 더한 수다.

티더블유지 티의 차도구.
검은 바지에 하얀 드레스셔츠. 스마트한 차림의 남자직원은 그 벽에서 연신 차통을 찾아서는 그 차를 작은 통에 덜어낸다. 주문한 차는 늘 이렇게 막 덜어낸 차를 가져와 전문가의 손으로 우려내 제공한다. 그런데 차를 우리는 방식 역시 오트 쿠튀르다. 차구는 전용 주전자와 찻잔만을 사용한다. 일단 뜨거운 물로 찻주전자를 데운 다음 차를 넣는데 찻잎을 우릴 때도 철제 거름망 대신 순면 주머니를 쓴다. 물이 끓기 직전 온도(약 95도)로 우려내는 것은 용존산소가 보존돼야 차 맛이 좋아서다.

찻잎을 우리는 시간은 2∼3분. 그 다음 과정이 티더블유지 티가 추구하는 오트 쿠튀르 차문화의 핵심으로 우림 주머니를 꺼내고 주전자엔 차만 담아 서빙한다. 이렇게 하는 데는 아직 이곳뿐이다. 주전자도 그냥 내지 않는다. 보온 덮개를 씌운다. ‘첫잔의 차맛과 막잔의 차맛이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차의 진실’을 지키려 고안한 것이다. 찻잔 모양도 차의 향취를 제대로 즐기도록 디자인했다. 넓고 납작한 그 모양은 입술을 대면 혀가 찻잔 가장자리에 살포시 자연스레 얹혀 차맛을 음미할 미각돌기가 차에 잘 닿도록 한 것이다.

티더블유지 티의 매장은 들어선 위치와 장소에 따라 분위기가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은 티 부티크&살롱. 편안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티룸 형태로 차를 넣어 만든 신선한 페이스트리는 물론이고 다양한 차를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을 겸한다. 식사와 차를 함께 하는 티가든, 좀 더 고급스러운 티룸 형태의 티살롱, 커피숍 형태의 티부티크 등등. 거기서는 차 외에도 색색의 마카롱(동그란 과자 사이에 크림 잼 등을 채운 것)과 페이스트리 과자 초콜릿도 판다. 티더블유지 티가 개발한 레시피로 만든 것으로 모두 차를 넣어 맛을 낸다. 아이스크림도 있는데 천연과일은 물론이고 거기에 차를 가미한 독특한 맛도 개발돼 있다.

차는 도자기와 한 몸이다. 그래서 차기(茶器)는 차문화의 핵심이다. 티더블유지 티도 독자적인 디자인의 차기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부티크에서 구매도 가능하다. 차도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덜어서 살 수 있다. 눈길을 끈 건 낱개로 판매하는 적은 용량 차통의 차였다. 매장에서 구할 있는 차 종류는 대략 400∼500종. 모두 선물용 포장으로 나와 있다. 특히 도시별로 재미난 이름이 붙은 차통의 차는 컬렉션으로도 훌륭하다.

티더블유지 티의 부티크&살롱은 마닐라(4개) 도쿄(2개), 홍콩, 쿠알라룸푸르, 방콕, 자카르타, 두바이, 런던, 뉴욕(이상 1개)에도 있다. 한국에는 12월 중순 개장(서울 강남구 청담동 82-1·02-547-1837)할 예정이다. www.TWGTea.com


▼ “TWG 차를 마시는 순간, 진실을 만나게 되죠” ▼
타하 북딥 회장의 자부심


“전 세계의 다원을 돌며 그해 생산된 최고급 찻잎만 수집합니다. 고객에게 늘 같은 품질의 차를 제공하기 위해섭니다. 저흰 첫 잔의 차가 마지막 잔의 차와 그 맛과 향에서 차이가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티더블유지 티(TWG Tea)는 바로 이런 진실을 담아 낸 차별화된 럭셔리 차 브랜드입니다.”

몇 주 전 싱가포르 시내 사무실에서 만난 티더블유지 티의 타하 북딥 회장(사진)이 한 이 말.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최상의 차에 대한 의지, 고객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이 느껴졌다. 모로코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에서 교육받고 7년 전 싱가포르에서 부인 마란다 반스(홍보마케팅 이사) 등 세 명의 동업자와 함께 티더블유지 티를 창업했다.

그가 싱가포르를 택한 이유. “저희 상표에도 들어있지만 ‘1837년’은 싱가포르에 기념비적인 해입니다. 동서양 차 무역 중심으로 부상했으니까요.” 그해 싱가포르는 상공회의소를 설립했고 그걸 계기로 차 무역이 자유화되며 영국의 차 운반선이 처음 당도했다. 당시는 인도 재배 차가 나오기도 전. 따라서 거래된 차는 모두 중국 것이었고 그게 그때부터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거래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상급만 취급하는 데는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흰 그 수요가 상존한단 걸 확인했습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싱가포르도 혼란에 휩싸였지만 티더블유지 티 부티크와 살롱은 여전히 북적댔습니다. 최근 영국 런던 해러즈 백화점에 내놓은 교쿠로(일본 최고녹차 브랜드 옥로) 최상품도 고가(1kg에 1만7000파운드·약 2900만 원)였지만 일주일 만에 품절됐고요. 사람들은 차를 사지만 그들이 마시는 건 진실(truth)입니다. 저희가 파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북딥 회장의 진실에 대한 철학은 상품 전체에서 확인된다. 차통은 온도 변화가 작은 주석, 티백은 100% 면사, 차향과 맛을 위해 섞는 정향(精香·essence)은 꽃 과일 등 천연재료 등등.

“전 매년 인도 다르질링을 찾아가 차를 고르는데 늘 다원의 농가에 묵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들과 저의 진실을 나누기 위해서지요. 진실한 차와 그걸 구하기 위한 열정이야말로 제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그와 동업자 세 명은 다음 달 서울에 온다. 12월 개장할 ‘티더블유지 티 한국 1호점’(강남구 청담동) 개장을 축하하기 위해선데 그는 그 기대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차도 자신을 나타낸다는 점에선 일종의 패션이며 재미(fun)지요. 저희의 차와 부티크, 살롱이 한국 차 애호가에게 컬러풀하며 럭셔리한 새로운 차 문화에 한 발짝 다가서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싱가포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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