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대표 “청년 일자리, 청년장사꾼이 책임질 겁니다”

동아일보

입력 2013-11-06 03:00 수정 2013-1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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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간 5개 점포 창업한 김윤규 ‘청년장사꾼’ 대표

서울 마포구 도화동 ‘열정감자’ 매장에서 김윤규 청년장사꾼 대표가 유니폼을 입고 양손에 튀김용 조리도구를 든 채 포즈를 취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초등학교 시절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친구가 부러웠어요. 그때 처음 커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법한 막연한 생각이 소년의 마음에 창업의 불씨를 댕겼다. 김윤규 청년장사꾼 대표(26)는 ‘레드오션’인 요식업계에서 15개월 동안 다양한 종류의 점포를 성공시켜 주목을 받았다. 아직 대학생인 그는 청년 창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인물로 인정받아 7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이 됐다.

지난달 30일 만난 김 대표는 청바지와 점퍼 차림에 모자를 쓰고 있었다. 성공한 창업가라기보다는 여느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그는 2009년 7월 군대를 전역한 지 3일 만에 ‘총각네 야채가게’에 입사했다. 1년 6개월 동안 새벽 별을 보고 일어나 다시 별을 보고 퇴근하는 생활을 했다.

“가락동 시장에 물건을 떼러 가는 날이면 오전 3시에 일어나 시장에 트럭을 세워둔 채 쪽잠을 잤어요. 주로 노점에서 물건을 파는 일을 맡았는데 하루 목표량을 다 팔아야 퇴근할 수 있었죠.”

이런 경험을 발판 삼아 지인들과 지난해 1월 ‘청년장사꾼’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부모님 몰래 뺀 원룸 전세금 5000만 원으로 8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카페를 열었지만 현실은 만만찮았다. “1주일 동안 아는 사람들만 카페에 오는 걸 보고 실패라는 걸 직감했어요.”

실망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창업 멤버의 아파트 전세금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 등으로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금천교시장에 맥주와 감자튀김을 파는 ‘열정감자’를 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직원들과 대패질부터 페인트칠까지 모든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

“통장 잔액이 100만 원도 안 됐어요. 이게 망하면 정말 끝이라는 생각뿐이었죠.”

운이 좋게도 경복궁 야간 개장과 맞물려 문을 연 첫 달 예상보다 많은 손님이 가게를 찾았다. 직원들에게 처음 월급으로 30만 원을 줬다. 청년장사꾼은 이후 열정꼬치, 열정골뱅이 등을 냈고 현재 총 5개 점포에서 월 8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 대표는 “장사가 잘되는 건 모두 직원들 덕분”이라며 “솔직히 메뉴가 특별한 것도 아니고 맛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있고 활기찬 분위기를 보고 손님들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면 직원들이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직원들 유니폼에는 ‘크게 될 놈 뭘 해도 될 놈’, ‘감자 살래, 나랑 살래’ 등 익살스러운 문구가 적혀 있다. 총 20명 직원 가운데 16명이 합숙생활을 한다. 아르바이트생 없이 모든 직원을 정식 채용하고 건강검진에 도서 구입비와 학원비를 지원하는 등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점포를 계속 내는 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서예요. 소상공인 창업도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청년장사꾼의 목표거든요.”

김 대표는 7일 삼성카드 토크콘서트에 이어 13일 청년위원회 주최 행사에서 청년들에게 자신의 성공담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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