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 “22개월 걸린 9700t 2만km 운송작전… 길 막히면 다리까지 놓으며 해냈어요”

동아일보

입력 2013-10-30 03:00 수정 2013-10-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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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메니스탄 플랜트 기자재 운송 대장정

“경남 창원시 마산항에서 2만 km 떨어진 투르크메니스탄까지 플랜트 기자재 9700t을 옮겼습니다. 2010년 2월부터 준비해서 2011년 12월에 끝났으니 1년 10개월이 걸린 거죠.”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만난 이대우 LG상사 투르크메니스탄 지사장(부장)은 고단했던 갈키니시 플랜트 기자재 운송 과정을 설명하며 잠시 회상에 잠겼다.


○ 무(無)에서 유(有)를


알제리 지사에서 근무하던 이 지사장이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슈하바트 지사로 발령받은 건 2008년 8월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2007년 6월에야 한국대사관이 생겼을 정도로 한국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나라였다. 부임 당시 이 지사장은 대사관 직원을 빼곤 투르크메니스탄에 사는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LG상사가 이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풍부한 석유, 가스와 연계된 플랜트 사업 때문이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4위의 자원부국이지만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장기 집권한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전 대통령의 폐쇄정책으로 한국 기업들엔 미지의 땅이었다.

정착 과정은 고생의 연속이었다. 이 지사장은 “장기간 독재가 있은 나라여서 처음에는 인터넷도 안 될 정도였다”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혹시 감시받는 것은 아닌지 겁도 났다”고 회고했다.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설립된 지사였던 탓에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 그의 주 업무였다. 애초 목표로 했던 플랜트 사업을 위해 국영가스회사 간부들을 찾아다니며 면담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는 “처음에는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지만 한국대사관이 함께 뛰어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지사장은 국영가스회사 관계자로부터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세계 5대 가스전 중 하나인 갈키니시 가스전에 대규모 플랜트 공사를 발주한다는 정보를 듣게 됐다. 당시 이 프로젝트는 투르크메니스탄에 미리 진출해 공을 들이고 있던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와 영국 페트로팩이 수주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지사장은 85억 달러 규모의 투르크메니스탄 사상 최대 프로젝트를 손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에 가스처리 분야에 강점을 가진 현대엔지니어링과 제휴해 입찰 서류를 준비했다”며 “그동안 동남아시아와 중동에서 했던 플랜트 사업과 LG, 현대라는 기업 이미지를 앞세워 정부를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수주를 위한 협상 과정만 1년이 넘게 걸렸다. 다행히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한국 기업의 플랜트 건설 경쟁력을 인정했다. LG상사와 현대엔지니어링은 2009년 12월 칼키니시 플랜트 4개 프로젝트 중 하나인 14억80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 규모의 탈황 공정 플랜트를 수주했다. 이 지사장은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짜릿함을 맛봤다”고 말했다.


○ 군사작전 같은 대규모 수송

수주는 했지만 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대형 부품과 자재를 운송하는 일이 문제였다. 우선 마산항에서 기자재를 싣고 출발한 화물선이 인도양과 홍해, 수에즈 운하를 거쳐 지중해와 흑해를 지나 카스피 해 투르크멘바시 항구까지 가야 했다. 1만8800km에 이르는 긴 여정이었다. 또 여기서부터 대형 트럭에 기자재를 옮겨 싣고 다시 육로를 통해 수도인 아슈하바트를 거쳐 갈키니시 가스전까지 1200km를 이동해야 했다. 그는 “현지 도로와 교량 상태가 대형 화물차량이 지날 수 있을 만큼 튼튼하지 않아 운송 중 새로운 우회도로를 만들거나 교량을 새로 놓아가면서 이동해야 했다”며 “기자재를 싣고 있는 대형 트럭을 비롯해 이동 중 먹고 자야 했기 때문에 컨테이너를 개조한 숙식차량까지 일렬로 늘어서면 대열 길이가 2km나 됐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LG상사와 현대엔지니어링은 갈키니시 탈황처리 플랜트를 지난달 9월 준공했다. 갈키니시 플랜트 수주를 계기로 LG상사는 2012년 5월 정유플랜트 현대화 사업(5억3000만 달러·약 5700억 원), 올해 7월에는 원유정제시설(2억4000만 달러·약 2500억 원)을 잇달아 수주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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