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193명 국감출석 요구… 2년전의 2배

동아일보

입력 2013-10-09 03:00 수정 2013-10-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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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대 규모에 ‘겹치기 출연’까지… 정무위선 일반증인 94%가 기업인
군기잡기 되풀이… 재계만 속앓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감사 증인 채택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증인들이 출석할 경우 앉게 될 자리가 비어 있다. 국회는 이번 국감 때도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무더기로 채택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기업인 증인 채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각 상임위원회가 경제민주화, 4대강사업, 일감몰아주기 등 경제 산업 이슈를 이유로 앞 다퉈 기업인들에 대한 국감 출석을 요구하면서 기업인 증인 채택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은 193명으로 2011년 80명, 지난해 164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정무위 국토교통위 산업통상자원위 환경노동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등은 여야 합의를 거쳐 증인 채택을 완료했지만 기획재정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보건복지위 등은 막바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어 올해 국감에 출석할 기업인은 2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위주로 증인을 채택하다 보니 여러 상임위원회에 ‘겹치기 출연’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는 정무위 산자위 환노위 등 무려 3개 상임위의 초대(?)를 받았다. 정무위는 대형마트의 불공정행위, 산업위는 신규점포 출점 과정에서의 주변 상인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 환노위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책임 등을 각각 물을 계획이다. 전동수 삼성전자 사장도 산자위와 환노위에서 동시에 호출을 받았다.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 등이 이유다. 이미 산자위와 국토위 증인으로 각각 채택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기재위에서 다시 증인 채택이 논의되고 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경제민주화, 영훈국제중 입시부정 의혹 등으로 기재위와 교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계속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무위의 경우 공무원을 제외한 일반증인 63명 중 기업인이 59명으로 무려 94%에 달한다.

문제는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불러낸다 하더라도 현안이 많고 일정이 촉박한 국감에서 진상 규명이나 의혹 해소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무더기 증인 채택을 놓고 국감을 기업인들에 대한 ‘군기잡기’나 ‘망신주기’의 장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재계는 국회가 기업인들을 죄인 취급한다고 반발하면서도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어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법원이 최근 국감 증인 불출석에 대해 엄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법원은 지난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에 대해 올해 초 각각 벌금 1000만∼15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같은 범행을 반복하면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가 종합편성채널 채널A와 TV조선 보도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가 민간방송사의 보도책임자를 국감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몇몇 상임위에서 과도하게 기업인 증인을 채택하고, 민간방송사 보도본부장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며 “기업인을 국회 증언석에 앉히는 것을 국회 권위라고 생각하는 것은 국회의 치명적 고정관념이다. 이제 그런 고정관념을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길진균·황승택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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