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한국맥주 ‘진한 맛’으로 반격

동아일보

입력 2013-09-24 03:00 수정 2013-09-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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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이어 오비도 ‘에일 맥주’로 승부수

수입 맥주의 공세에다 ‘맛 논란’까지 더해지며 궁지에 몰린 한국 맥주업계가 에일(ale) 맥주 시판으로 반격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맥주통 위쪽에서 발효시킨 에일 맥주는 강하고 묵직한 맛이 특징. 그동안 국내 맥주업체들은 가볍고 톡 쏘는 맛의 라거(lager) 맥주를 주로 생산해 왔다. 22일 국내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는 올해 말 에일 맥주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오비맥주 측은 “청량감이 강해 더울 때 차게 마시는 라거 맥주와 달리 에일은 묵직하고 차분한 맛이어서 겨울에 마시기 좋다”며 “올해 말을 겨냥해 시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발 앞서 업계 2위 업체인 하이트진로는 덴마크 알렉시아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이달 초 국내 대형 맥주 제조사로는 처음으로 ‘퀸즈에일’ 맥주를 내놓았다. 하이트진로는 “대형마트 등에 공급한 물량이 동이 나는 등 벌써부터 인기”라고 시장의 반응을 전했다.

사실상 국내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업체의 에일 맥주 시판은 국내 맥주시장 다양화의 시발점으로 해석된다. 세계적으로는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 비율이 3 대 7 정도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체 4조 원 규모의 시장에서 에일 비중이 1%에 불과하다.

이처럼 라거 일변도이던 국내 시장에서 갑자기 대형 업체들까지 에일 맥주 생산에 합류한 것은 최근의 여러 이슈들 때문이다. 한 해외 언론이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고 혹평한 것으로 시작된 맥주 맛 논란은 국내 맥주업체들의 과점 체제와 제조기술력, 품질 관리에 관한 것으로까지 번졌다. 그 사이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수입맥주 점유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총 7359만 달러어치(약 790억 원), 7475만 L의 맥주가 수입됐다. 5년 전인 2008년(3937만 달러어치, 4319만 L)과 비교하면 각각 86%, 73% 늘어난 수치다. 잘 팔리는 기존 제품 한두 가지에만 집중해서는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워진 것이다.

국내 맥주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로 에일 맥주 출시를 꺼내들었다. 한 맥주업체 관계자는 “에일 맥주를 만들 만한 기술력과 생산력은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 에일과 라거 ::

맥주는 효모를 맥주통의 위아래 중 어디에서 발효시키느냐에 따라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로 나뉜다. 에일 맥주는 술을 맥주통 위쪽에서 18∼25도로 발효시킨 것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맛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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