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3.0시대 제대로 겨뤄 보자”

동아일보

입력 2013-09-24 03:00 수정 2013-09-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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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포인트-캐시백 강화 “복잡한 혜택 단순하게 정리”
비씨카드, 모바일카드에 주력 “소비자와 감성 소통하겠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신동민 씨(32) 지갑에는 4장의 신용카드가 있다. 입사하면서 급여 통장과 함께 만든 카드, 음식점 할인 혜택이 많은 카드, 주유 할인용 카드, 가족 여행을 떠나면서 만든 여행·레저 특화 카드까지…. 여기에 카드사들이 결제명세서와 함께 보내주는 각종 쿠폰까지 더하면 신 씨의 생활은 TV 광고처럼 풍성해야 마땅하다.

현실은 아니다. 카드에 담긴 혜택을 사용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매달 배달되는 각종 할인 및 이벤트 쿠폰은 사용해본 적도 없고 귀찮을 따름이다. 미혼인 신 씨는 육아용품 할인 쿠폰을 받을 때면 ‘이걸 나한테 왜 보냈지’란 생각이 든다.

“한 달에 150만 원 정도씩 신용카드를 쓰는데, 혜택을 더 많이 잘 찾아먹고 싶죠.”

모든 카드 사용자는 신 씨와 생각이 비슷하다. 카드를 통해 알찬 삶을 기대했지만 ‘속 빈 강정’인 경우가 많다. 불경기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해진 지금, 카드업계가 고객 삶의 질을 향상시킬 새로운 전략 찾기에 나섰다. 이른바 ‘카드 3.0’ 전략.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카드와 비씨카드다.

카드 3.0은 1.0, 2.0 시대를 이을 새로운 시장 질서다. 1.0 시대는 신용카드가 도입된 후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 현금을 대신한 결제 수단 이외에 별다른 기능은 없었다.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카드사들은 부가 혜택을 넣은 다양한 카드를 내놓았다. 음식점, 대형마트, 영화관, 주유소 등에서 할인 받는 수많은 카드가 쏟아졌다. 카드사들은 ‘자신의 소비 습관에 맞게 선택만 하면 된다’며 고객들을 유혹했다. 카드 2.0 시대였다.

그 결과 ‘따지고 보면 고만고만한 카드’들이 시장에 넘쳤다. 다수 소비자들은 서너 장의 카드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쓰려고 하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됐다. 이를 타개할 전략으로 현대카드는 ‘단순화된 혜택’, 비씨카드는 ‘제대로 된 고객 맞춤형 혜택’을 내세운다.

올해 6월 현대카드는 ‘현대카드 챕터2’를 발표하며 기존 카드 상품들을 정리했다. 현대카드는 “복잡한 혜택을 없애고 포인트와 캐시백으로 혜택을 단순화한 것이 카드 3.0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고객들이 쓴 만큼 포인트나 캐시백을 쌓고 이걸 어디서든 쉽게 쓰게 하겠다는 것이다.

비씨카드가 내세운 카드 3.0의 키는 모바일 카드다. 모바일 카드는 스마트폰에 담아서 쓴다. 플라스틱 카드를 갖고 다닐 필요가 없다.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은 “카드 3.0 시대는 모바일 카드를 통해 소비자와 감성을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고객 맞춤형 실시간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의 위치 알림 기능을 써 오후 7시 현재 신 씨가 어디 있는지 파악해 인근 음식점에서 쓸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바로 전송해주는 것. 또 모바일 카드는 소비자가 어디서 뭘 샀는지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수월한 셈이다.

두 카드사가 표방한 3.0 전략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현대카드는 다수 소비자의 욕구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철우 씨(44)는 “카드별로 혜택이 제각각이라 피곤하기만 했는데, 현대카드의 새 상품은 쓰기 쉬워서 좋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새로운 현대카드 상품들은 월 50만 원 이상 쓰는 소비자에게만 혜택을 준다. A카드사 관계자는 “이용 금액에 상관없이 주어졌던 여러 혜택은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었다”며 “현대카드는 돈 되는 고객만 안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측면에서 비씨카드의 전략이 카드 3.0에 한결 부합한다는 의견도 많다. B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3.0이라고 부르려면 뭔가 큰 변화를 추구해야 하지 않느냐”며 “현대카드의 그것은 기존 상품을 보기 좋게 리모델링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3.0 경쟁은 ‘카드업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과 취임 1년 만에 ‘모바일 카드 전도사’란 별명을 얻은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의 승부로도 흥미를 모은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카드사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보다 선명하게 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조짐은 조금씩 보인다. KB국민카드는 여러 혜택을 하나에 담은 ‘혜담카드’ 이후 신상품 출시를 자제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고객들이 쉽게 자신에게 맞는 카드를 고를 수 있도록 만든 ‘숫자카드’를 성장 동력으로 밀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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