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인력거도 靑 앞길은 못가요”

동아일보

입력 2013-09-18 03:00 수정 2013-09-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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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서 창조관광賞 줘놓고 통행은 제한… 줄지않는 ‘주먹구구 규제’

이인재 아띠인력거 대표가 자전거를 개조해 만든 인력거에 관광객을 태우고 서울 종로구 북촌 인근 골목길을 달리고 있다. 그는 “자전거는 자유롭게 다니는 청와대 앞길에서 인력거 통행만 막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띠인력거 제공
“인력거는 지나갈 수 없습니다.”

서울 종로구 북촌 인근에서 자전거를 개조한 인력거로 관광 안내를 하는 ‘아띠인력거’의 이인재 대표는 지난해 7월경 인력거를 끌고 청와대 앞길을 지나가려다 통행을 제지당했다. 사업을 시작한 뒤 대여섯 번 지나다니는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검문소에서 갑자기 인력거를 막아선 것이다. 손님을 태운 채 한참 실랑이를 벌였지만 경찰은 “지나갈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청와대 측에 문의했더니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되고 테러 위협이 있기 때문에 막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띠인력거는 올해 5월 한국관광공사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정식으로 창조적인 사업 아이템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대표는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이번 정부에선 달라졌을까 싶어 6월 청와대 앞길 통과를 시도했지만 다시 제지당했다. 이 대표는 “더이상 옥신각신하고 싶지 않아 그 뒤로는 청와대 앞길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손님이 늘면서 걱정거리가 생겼다. 인력거 사업자가 늘면 교통사고나 범죄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국내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 등에는 인력거 안전 운행 규칙이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초 서울시에 해외 인력거 관련 규정을 번역해 제공한 뒤 국내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 대표는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문제가 터지면 사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원칙적 허용, 선별적 금지)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서는 일단 규제부터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8월 국내에 진출한 세계적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우버’가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 2010년 6월 미국에서 시작된 우버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으로 기사가 있는 고급 차량을 콜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선 없던 새로운 서비스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우버의 서비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렌트 사업자의 유상 운송 및 알선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우버코리아는 “우리는 운수사업자가 아닌 기술 기업”이라며 “이미 존재하는 리무진 서비스와 소비자를 중개할 뿐이다”라고 맞서고 있다.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우버의 주장대로 허가를 받은 리무진 서비스 업체의 차량과 기사를 이용자에게 소개만 한다면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상의 가상 머니를 내면 다른 사람의 차량을 빌려 쓸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창업을 준비하던 권영인 웁스랩 대표는 5개월 동안 공들여 기획한 사업 아이템을 접었다. 웁스랩은 무료로 차량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바꾸고 다른 곳에서 수익을 내는 모델을 찾았다. 권 대표는 “시대 변화에 맞게 법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그린카’와 ‘쏘카’ 역시 일반인의 차량을 중개하는 대신 렌터카처럼 회사가 소유한 차량을 개인에게 빌려주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인 간에 차량을 빌려주는 걸 허용하면 택시나 렌터카 업체 등 기존 사업자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고 불법 택시 운행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있다”며 “법 개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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