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담합땐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

동아일보

입력 2013-09-03 03:00 수정 2013-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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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대래 공정위장 본보 인터뷰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집단소송제 확대 주장에 대해 “불특정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는 담합 사건에서는 집단소송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공정거래법으로까지 확대하자는 일각의 주장에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서 ‘봐주기’를 했다는 의혹이 다시 나오고 있다.

“일단 지난해 1차 턴키사업 담합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논란에 대해서는 기준과 절차에 맞게 처리된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다시는 이런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더 엄정히 처리해 나가겠다. 현재 진행 중인 2차 턴키 입찰담합 혐의 조사도 가급적 빨리 처리되도록 하겠다. 조사를 원활히 하기 위해 지원부서 2개과를 통합해 입찰담합조사 전담과를 신설하는 방안도 이달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있다.

“징벌적 손배제는 현재 기술 유용과 하도급법 위반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원청업체가 강력한 처벌이 두려워 스스로 불공정행위를 못하도록 예방하는 장치다. 그러나 이를 공정거래법으로 확대하면 대부분의 상거래 과정에서 징벌적 손배제가 적용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 손해액의 100% 한도로 보상하도록 한 민법의 ‘실손(實損) 배상 원칙’과도 부딪친다. 공정거래법에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하는 것은 아직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여권에서 현재 증권 부분에만 도입돼 있는 집단소송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우선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보는 담합 사건에서는 집단소송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소비자들이 소액이라도 민사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게 해야 담합의 사전 억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사와 대리점 등 일대일 계약 관계에까지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는 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리점마다 계약 내용이나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구조조정안에 제동을 걸었는데….

“예전에는 국가가 경제개발을 위해 기업 투자를 이끌어 내려 해도 기업이 돈이 없었다. 그래서 정부가 기업들의 순환출자를 묵인하며 투자를 일으켰던 것이다. 그때는 순환출자를 유도해놓고 이제 와선 기업들에 돈을 들여서 ‘다 고쳐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 다만 새로운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는 것은 철저히 막겠다는 것이다. 순환출자라는 수단이 있으면 부실기업이 정리가 안 되고 기업 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 앞으로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출연하거나 기존 주주인 계열사가 추가 증자에 참여하는 경우만 인정하고, 다른 예외 조항은 두지 않겠다.”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의 횡포를 막을 제도적 방안은….

“기본적으로 대형 포털 사이트가 새로운 시장 참여자를 막는 등 시장 혁신을 방해하는 ‘배제행위’를 하는 것은 엄단해야 한다. 하지만 독과점을 지나치게 규제하다 보면 역시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공정위는 우선 검색 시장의 지배력을 남용해 다른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거나 정보 검색 결과에 광고를 끼워 넣는 등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

―경제민주화와 경제 활성화의 우선순위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혀 달라.

“경제민주화와 경제 활성화 모두 경제가 잘되도록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선후관계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경제 활성화는 단기 과제, 경제민주화는 장기 과제로 보면 된다. 경제민주화를 해놓지 않으면 소셜 모빌리티(계층이동 가능성)가 사라진다. 당장은 고통스러울지 몰라도 경제민주화는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세종=송충현·유재동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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