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美 디트로이트의 쇠락… 한국의 도시는?

동아일보

입력 2013-08-27 03:00:00 수정 2013-08-2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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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힘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오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그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도시로 향한다.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는 거래를 용이하게 해준다. 즉 시장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은 노동시장이다.” 》

―도시의 승리(에드워드 글레이저·해냄·2011년)

미국 백인 힙합 가수 에미넴이 출연한 자전적 영화 ‘8마일’(2002년)의 배경은 쇠락한 ‘자동차왕국’ 디트로이트다. 8마일은 디트로이트 도심과 북부 교외를 가로지르는 도로. 도심 빈민가의 폐차(廢車)와 같은 삶에 갇혀 버린 에미넴은 이렇게 말한다.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

1950년 인구 185만 명으로 미국에서 5번째로 큰 도시였던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서 50여 년 만에 인구가 100만 명 이상 감소했다. 부동산 값이 추락하고 퇴직자가 늘면서 연금 지출이 불어났다. 세수는 급감했고 시 곳간은 바닥을 드러냈다. 공공서비스는 마비됐다. 범죄율은 미국 1위다.

프랑스어로 ‘곤경’이라는 뜻의 디트로이트는 이름처럼 나락으로 떨어졌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20조 원의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소장파 도시경제학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디트로이트의 몰락을 뉴욕과 대비시켜 설명한다. 1970년대 의류산업 몰락으로 위기에 빠진 뉴욕은 인적 자본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결집한 기업가 정신을 일으켜 금융업, 패션산업을 키웠다.

디트로이트는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했다. 자동차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도시의 성공 원천이었던 산업의 다양성이 떨어졌다. 기업가 정신은 쇠퇴했다. 강성 노동조합의 압력 속에 자동차 회사들은 치솟는 임금을 차 값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했다. 하지만 유럽과 일본 자동차가 몰려들자 곧 경쟁력을 잃었다. 대중 영합주의 정치도 디트로이트의 몰락을 부추겼다는 게 저자의 진단. 1974년 디트로이트 시장에 당선된 콜맨 영은 지방소득세를 신설해 도시 빈민을 직접 돕는 재분배 정책을 펼쳤으나 부자가 떠나면서 경제 활동은 더욱 위축됐다.

저자가 말하는 도시의 승리 법칙은 명료하다. 성공한 도시는 부자도, 가난한 이도 모여드는 곳이다. 도시의 핵심 기능인 노동시장이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 도시는 뉴욕과 디트로이트 사이의 어디쯤 와 있을까.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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