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던 국가의 탄생 장편만화 <영년> 출간

동아경제

입력 2013-08-13 18:14 수정 2013-08-1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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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8주년. 연일 계속되는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역사왜곡과 망언은 가뜩이나 견디기 힘든 찜통더위 속 불쾌지수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오사카 시장이 ‘일본군 위안부가 당시에 필요했다’는 망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 사용의 공식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어느 때보다 과거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성찰이 필요한 때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작가 박흥용 화백이 광복과 분단을 소재로 한 장편만화 <영년>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장편 <호두나무 왼쪽 길로> 발표 이후 10여 년의 침묵만큼이나 무겁고 진지한 이 작품은 파란과 굴곡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의 1950년대를 배경으로 사람과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적 공간을 관통한다.

한국적 정서와 사실적 캐릭터, 날카로운 대사를 주무기로 하는 박 화백은 작품을 통해 해방과 분단이라는 우리 현대사의 아픔 속에서 국가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진중한 고찰을 녹여낸다.

풍년을 기원하는 석전희(石戰戱)가 한창인 시골 마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봉석이 삼촌이 총에 맞아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뒤이어 6.25 전쟁이 발발하고 식량난에 시달리던 마을 사람들은 봉석이 삼촌이 죽기 직전 남긴 단서를 근거로 일본군이 숨겨둔 군량미를 찾아 피난길에 오른다. 이런 와중에 군량미를 노리는 또 다른 집단과의 사투가 벌어지고 마을 사람들은 계속되는 내외부 갈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지켜야 할 규칙을 세우고 그들만의 국가를 만들어 나간다.

35년간의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 독립의 기쁨에 젖은 것도 잠시.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 미국과 소련의 신탁통치를 받으며, 이념과 사상에 무지했던 양민들이 남북한으로 나뉘어 반목했던 우리의 아픈 과거사는 <영년> 도입부에서 석전희를 설명하던 한 농부의 대사 속에 신랄하게 녹아 있다.

“돌팔매로 서로 싸우게 해서 이기면 이긴 쪽 마을에 풍년이 든다 아닙니까. 날아온 돌멩이에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면서도 계속 싸우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이겁니다.”

2010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영화화하며 박 화백과 인연을 맺은 이준익 영화감독은 “박 화백은 우리를 단순히 비극의 현장으로 안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창조해 낸 인물들의 처절한 활약은 우리로 하여금 국가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동안 묵혀 왔던 주제 의식이 <영년>에 이르러 꽃을 피운 느낌이다.”고 추천사에서 밝혔다.

<영년>은 전자책으로도 동시에 출간된다. 또 빠른 시일 내에 웹툰 서비스로도 공개될 예정이다.

저자 박흥용 / 1961년 충북 영동 출생. 1981년 <돌개바람>으로 데뷔, 1986년 <백지>로 <만화광장> 신인 공모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2010년 이준익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1996년 문화관광부 ‘대한민국 만화문화대상 저작상’을 수상하고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에 선정되었다. 1999년 <내 파란 세이버>로 문광부 ‘제 1회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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