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영구인하 칼자루 쥔 국회

동아일보

입력 2013-07-25 03:00 수정 2013-07-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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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행위원 20명 긴급설문… 10명 “인하 바람직” 6명 “지자체 稅收부족 우려”

정부가 22일 공식 발표한 부동산 취득세의 영구 인하 방안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 개정안 통과의 ‘칼자루’를 쥔 상임위원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22, 2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취득세 인하 방안과 소급 적용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결과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세율 인하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긍정적 의견과 “정부의 지방재정 확충 계획이 충실하게 제시되지 않는 한 찬성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다만 여야 간 인하 기조만 합의된다면 바뀐 세율이 이전 신고분까지 소급 적용될 가능성도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현장 다녀보니 인하효과 있어”

이번 설문에는 김태환 안행위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겸하는 진영 의원을 제외한 20명의 안행위 위원 가운데 16명이 응답했다. 16명 중 10명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취득세 인하 방침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윤재옥 의원(새누리당)은 “지방을 다녀보니까 취득세 인하의 효과가 실제로 좀 있더라”라며 “한시적 감면을 수시로 해줄 게 아니라 적어도 2, 3년 이상 길게 인하된 세율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희상 의원(민주당)도 “정부가 지방재정 보완책을 제대로 내놔야겠지만 세금을 깎자는 데 야당으로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베이비붐 세대에게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시장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인하가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부족을 우려하면서 판단을 유보하거나 인하에 반대하는 의원도 상당수(6명) 있었다. 여기에 무응답(4명) 중 3명이 정부 정책에 견제 성향이 강한 민주당 의원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 심의 단계에서 취득세 영구 인하안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설 가능성이 높다.

유대운 의원(민)은 “17개 시도가 힘을 합쳐 거부하면 법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했고, 박성효 의원(새)도 “당정 협의도 안 거친 정부만의 생각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상규 의원(통합진보당)은 “다주택자와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방안으로 취득세를 내리겠다는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 소급적용 놓고도 의견 갈려

취득세 인하에 공감하는 의원 10명 중 6명은 “법 개정안의 소급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4명은 “법의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윤재옥 의원은 “한두 달 차이로 과세액이 달라지면 혜택을 못 보는 분들이 생겨 불공평하다”며 “취득세는 올 4월에도 그랬고 보통 소급 적용을 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덕흠 의원(새)도 “여름이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취득세 인하 방안을 발표하는 8월 말부터 소급 적용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김영주 의원(새)과 백재현 의원(민) 등은 “법 적용의 원칙이 무너지면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23일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소속 지자체장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취득세 인하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야권을 중심으로 “정부의 ‘일방통행식’ 발표”라는 부정적 여론이 번지면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세종=유재동·박재명 기자·송충현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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