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설명회장서 명찰 단 구본무, 격의없는 모습

동아일보

입력 2013-06-24 03:00 수정 2013-06-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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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 역동적이면서 진중, 두산 박용만 투수업고 적극성 표출

LG그룹은 올해 초 국내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연 뒤 한 장의 사진(사진①)을 배포했다. 그룹의 수장(首長)이자 행사의 호스트인 구본무 회장이 여느 참석자와 마찬가지로 가슴에 명찰을 단 채 대화하는 모습이었다. 사진 전문가 A 씨는 “격의 없는 구 회장의 성향이 잘 담겨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최태원 SK㈜ 회장이 도깨비 뿔이 달린 머리띠를 한 파격적인 모습으로 SK하이닉스 직원들과 어울리는 사진을 공개했다(사진②). 사진가 박상훈 씨는 “젊은 총수답게 밝고 역동적이지만 자세히 보면 하나같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며 “진중한 성격이 은연중에 표출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총수의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나다 보니 기업들은 신중하게 사진을 선별한다. 아예 최근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총수도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사용한 사진을 10년 넘게 쓰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대표적이다. 오너 3세인 모 그룹의 임원은 사진 찍기를 극도로 싫어해 멀리서 찍은 스냅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한동안 사용했다. 철학자 탁석산 씨는 “누구나 상상 속의 자신과 실제 사진 속의 모습이 서로 다른 데서 오는 실망감 때문에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성향이 있다”며 “대기업 총수처럼 힘 있는 사람들은 이런 괴리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와는 달리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자신의 사진을 자유롭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박 회장이 두산베어스 임태훈 투수를 업은 사진은 큰 화제가 됐다(사진③). 이종선 대표는 “총수 개인의 이미지가 곧 기업의 이미지인 만큼 기업의 경영 방향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탁월했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는 2008년 세계적인 사진작가 앨버트 왓슨에게 자신의 사진을 맡겼다.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하느냐”는 잡스의 질문에 왓슨은 “당신의 다음 프로젝트를 생각하라”고 주문해 진지하면서도 강렬한 표정의 사진을 찍었다.

좋은 사진을 남기려면 이처럼 작가와 모델의 교감이 중요하다.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찍은 사진가 박상훈 씨는 한 대기업이 총수의 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을 촬영 당일 해서 고사한 적이 있다고 했다. 김녕만 대표는 “국내 총수들의 사진은 대개 카메라를 든 사람이 상대를 어려워하며 찍은 것들”이라며 “교감이 부족해 전반적으로 수준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서경배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이해하고 찍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20년 전 선대 서성환 회장 때부터 사진을 찍은 사내 전문가에게 자신의 사진을 맡기고 있다. 박상훈 씨는 “세계를 상대하는 기업인인 만큼 세계에 내놓아도 흡족한 수준의 사진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석·김현진·정지영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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