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행복주택, 자녀 학교갈 나이 되면 집 비워라?

동아일보

입력 2013-06-14 03:00 수정 2013-06-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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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 주민반발에 ‘어설픈 대책’
인근 주민 “과밀학급 심화” 집단행동에 “대학생-신혼부부만 입주자격 준뒤
자녀 취학연령 전까지만 거주 허용”


도심 내 서민임대주택인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지정된 7곳의 주민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가 일부 행복주택 지역에서 취학연령 자녀가 있는 가정의 입주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성난 주민을 달래기 위해 지역별로 재량권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13일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시범지구 가운데 반발이 가장 심한 서울 양천구 목동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교통체증’과 ‘과밀학급’ 문제”라며 “목동 행복주택에 신혼부부와 대학생만 입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혼부부가 자녀가 생겨 취학연령이 되면 행복주택 입주자를 교체한다는 것.

국토부가 ‘입주자격 제한’을 검토하는 것은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12일 국토부가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국토연구원에서 열었던 첫 번째 행복주택 공청회에는 시범지구에 반대하는 주민 150여 명이 몰려왔는데 이 가운데 100여 명이 목동 주민이었다.

신정호 목동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양천구는 전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기초지자체 중 하나”라며 “지금도 학교 부족과 교통난을 겪는 상황에서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성토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목동 행복주택에는 대학생 및 신혼부부에게만 입주자격을 준 뒤 자녀가 생겨 취학연령이 되면 순환시킬 것”이라며 “그 정도의 재량권은 발휘할 수 있으며 단지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동지역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통영향평가 실시 후 행복주택 출입구를 하천 방향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이 실행될 경우 오히려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소지도 있다. 행복주택의 입주 기준 및 자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신혼부부와 대학생, 사회 초년생 등에게 전체 물량의 60%,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20%를 배정하는 큰 틀만 제시된 상태다. 목동 행복주택에 신혼부부와 대학생만 선별적으로 입주시킬 경우 취학연령 자녀가 있는 장애인 가정이나 기초생활수급 가정은 입주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목동처럼 지역 주민의 요구에 따라 재량권을 발휘할 경우 지역별로 일일이 ‘특별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예를 들어 안산 고잔지구는 외국인 및 다문화가정이 입주할 수 있다는 이유로 행복주택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은 “지역별로 찬반이 갈리고 반대하는 이유도 다른데 이를 검토하지 못한 채 추진하며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지역 반발을 누그러뜨리려고 다른 주거 약자의 복지를 침해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명·정임수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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