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딸아, 상 받았으니 우리 가족 더 꿋꿋하게 살자꾸나”

동아일보

입력 2013-05-30 03:00 수정 2013-05-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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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상 시상식 감동의 물결
“따뜻한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네요”… 어려움 이긴 수상자들 감사 표시
이자스민 의원 “꼭 꿈 이루세요”… 한명 한명 거론하며 따뜻한 축하


동아 다문화상 수상자들이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상을 받고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소모뚜 씨, 박지영 씨 가족(2명), 조만숙 씨 가족(2명), 조야쥬디 씨 가족(4명), 이사벨 씨 가족(3명), 박준영 전남도지사, 안순화 생각나무BB센터 대표, 김수용 KAIST 교수.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수상자들은 계속 감사하다고 했다. 행사장에 도착해서 안내를 받을 때도, 취재진에게 축하의 말을 들을 때도, 시상식 연단에 올라가서도…. 감사하다는 표현을 되풀이했지만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그들의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전했기에.

베트남 출신의 박지영 씨(32·여)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의 가족부문 상을 받았다. 박 씨는 소감을 말하는 시간이 되자 주뼛거리며 연단에 올랐다. 마이크를 앞에 두고 처음 나온 말은 간단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는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말을 잇지 못하자 객석에서 격려의 마음을 담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파이팅!”이라는 외침이 이어졌다.

“전라북도 익산시에 살아요. 오늘 너무너무 기쁘고 감사합니다.” 박 씨가 더듬거리면서 한국말로 소감을 마치는 데는 채 2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연단을 내려와서 딸 임선아 양(7)을 보고서야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직은 딸이 상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엄마가 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뻐요.”

또 다른 가족상 수상자인 조야쥬디 씨(39) 역시 마찬가지. 채널A의 최서영 아나운서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올라오셨다”라면서 긴장감을 풀어주려 했지만 어색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조야쥬디 씨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행사 팸플릿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한국에 와서 힘들고 어려웠지만 따뜻한 분들 때문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부지런히, 열심히 살라고 상을 주신 것 같아요.” 소감 말미에는 평정심을 되찾았는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나타냈다. “우리 사랑하는 남편과 딸 다빈, 다은이 사랑해요.”

진땀을 흘리는 수상자들을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보듬었다. 그는 시상식 전 동아일보를 통해 받은 심사 자료를 모두 읽고 온 듯 수상자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박 씨에게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웃음을 잃지 마세요. 미용사의 꿈 꼭 이루세요”라고 했고, 조야쥬디 씨에게는 “간호조무사가 꼭 되시길 기대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일부 참석자는 영광의 순간을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지 못해 아쉬워했다. 단체상을 받은 안순화 생각나무BB센터 대표(48)가 그랬다. 그는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아들과 함께 오지 못한 안타까움을 시상식이 끝난 뒤에야 털어놨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2003년에 와서 문화 차이로 힘들게 생활했는데 막둥이마저 장애를 갖고 태어나 더 힘들었습니다. 당시 서툰 한국말로 이런 사연을 말하면 지역 복지사들이 위로해줬어요. 그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겁니다.”

개인상을 받은 소모뚜 씨(38)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고, 동료들은 제2의 가족이다. 부모님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한국에 들어온 뒤 18년을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단체인 ‘버마 행동’ 동료들이 가족 대신 참석했다.

조계종을 대표해 참석한 지원 포교원장은 수상자와 가족에게 예상 못한 반가움을 안겼다. 불교 신자가 많은 동남아시아 출신의 다문화 여성들과 전문가들은 인사를 나누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지원 포교원장은 “지구촌은 원래 꽃 한 송이 아닌가. 너와 나를 가를 필요가 없다. 다문화 사회를 이루는 게 중요한 이유다”는 격려의 말을 남겼다.

유근형·김도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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