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뷰]美이민법 개혁, 경제 살리는 보약될까

동아일보

입력 2013-05-13 03:00 수정 2013-05-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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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한 삼성증권 뉴욕법인장
미국 정치권에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이슈 중 하나가 이민법 개혁이다. 이민법은 종종 일부 개정되기는 했지만 포괄적으로 개정하려는 움직임은 30여 년 만이라는 게 현지 설명이다.

상정된 법안은 주로 국경안보, 이민비자, 이민법 집행, 비이민·단기 취업비자 등 네 분야에 대한 개혁안을 담고 있다. 특히 불법 체류자 사면, 취업비자 확대, 가족이민에서 취업이민으로 전환, 취업이민 쿼터 확대 같은 내용이 눈에 띈다.

법안에서는 2011년 12월 31일 이전에 입국한 불법 체류자에게 임시 체류 비자를 허락하고 10년 뒤 영주권 취득, 다시 3년 뒤 시민권 취득을 허가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벌금, 미납 세금, 수수료 등을 납부해야 된다는 게 현지 변호사의 의견이다.

미 이민귀화국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1100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체류하고 있다. 이들 중 40% 정도가 합법적으로 입국한 뒤 체류기간이 초과된 외국인으로서 영어에 능통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전문직 종사자이다.

전문인력 확보 차원에서 업계의 이민법 개혁 촉구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정보기술(IT) 산업 관련 인사들의 입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이민법 개혁을 추진하는 IT산업 경영진 모임인 ‘포워드 어스(Forward US)’를 창설한 바 있다.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아내인 로런 파월 잡스는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내 젊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합법적 구제가 실패한다면 인적 자원의 낭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가족이민 중심의 이민제도에서 취업이민 중심으로 제도가 전환하는 것도 큰 변화다. 과학이나 예술분야 고급 종사자,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 박사학위자 등 고급 인력에 대해서는 허용 인원 상한선이 없어진다고 한다. 미국인 고용을 우선시하는 정책은 계속 유지돼 전체 직원 수 대비 외국인 고용이 늘면 늘수록 고용 납부금액도 함께 인상된다. 이로써 미국인 고용이 어려운 분야 내 노동력, 우수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포괄적 이민법 개혁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미국 정부의 세입이 증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00만 명의 불법 체류자가 합법적인 신분으로 변경되며 새로운 세입원이 창출되는 것.

다양한 노동 계층의 인력 확보와 이를 통한 산업 활성화도 긍정적 효과다. 고학력자나 IT,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한 인재 확보는 물론이고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 등 미국 사회 내 노동력 부족 분야에 필요한 노동력 공급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합법적 신분 전환에 따른 소비 증가와 이로 인한 기업 활동 활성화도 폭넓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단행되었던 불법 체류자 사면 이후 5년간 이들의 임금이 15% 상승했고, 이에 따라 세수와 소비 등도 크게 늘어났다.

미국은 태생 자체가 이민국가다. 과거 미국 경제가 시대별로 처한 상황에 맞게 적절한 이민정책을 활용해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지난해 대선에서 히스패닉계 유권자의 표심을 잃었던 공화당이 뒤늦게 선거 전략을 보완하면서 이번 이민법 개혁안에 동의한 것일 수도 있다.

새삼스럽게 최근의 이민법 개혁 움직임이 주목하는 것은 지금이 바로 미국 경제 활성화의 기로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현재 미 상원 양당이 제출한 이민개혁법안은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준한 삼성증권 뉴욕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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