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정책-방만경영이 공기업 빚폭탄 합작

동아일보

입력 2013-05-01 03:00:00 수정 2013-05-0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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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5개 공공기관 빚 493조… 국가경제 위협하는 뇌관으로

매년 수십조 원씩 증가하는 공공기관 부채는 한국 경제의 최대 ‘시한폭탄’이다. 대형 국책사업 등으로 정부가 공공부문에 ‘폭탄 돌리기’를 한 것도 문제지만 빚더미 위에 앉아 있으면서도 ‘철밥통’을 지키려는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은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기업들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지 않으면 결국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 빚잔치로 철밥통 지키는 공공기업

역대 정부들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강화하는 등 공기업들의 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을 내놨지만 임직원들의 ‘성과급 잔치’ 등 방만 경영은 계속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경영평가에서 하위권인 D등급 이하를 받은 공기업들에 대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D등급 이하 공공기관 14곳 중 9곳이 정부 방침을 어기고 성과급을 지급한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직원들의 연봉이나 성과급을 올려준 공기업도 많았다.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서는 공기업 13곳 가운데 지난해 직원들의 연봉을 올려준 곳은 9곳이나 됐다. 또 최근 감사원이 금융공기업의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 공기업은 직원들에게 임차보증금으로 119억 원을 무상 지급하는 등 과도한 특혜를 주다 적발되기도 했다.

적자경영으로 부채가 늘어나는데도 방만 경영 관행이 끊이지 않는 것은 공기업의 성격상 경영부실의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성과 관련 없이 정권과의 친분관계로 공기업 사장이나 임원에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다 보니 기관장들이 경영 합리화나 자구 노력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낙하산으로 임명된 경영자는 안팎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방만 경영을 끊지 못한다”며 “감사나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라고 말했다.


○ “이번 정부에서 어느 정도 털고 가야”

정부와 정치권이 국가재정으로 하기 힘든 무리한 정책사업 등을 공기업에 떠넘긴 것은 지난해 공공기관들의 부채가 크게 증가한 주된 원인 중 하나다. 공공기관 중 가장 부채가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1년 9조 원의 빚이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7조6000억 원의 빚이 추가로 생겨 전체 부채가 138조1000억 원으로 불었다. LH는 보금자리주택, 임대주택, 혁신도시 등 다양한 중장기 국책사업에 동원되면서 부채가 누적됐다. 한국수자원공사도 4대강 살리기, 아라뱃길 사업의 대부분을 채권 발행과 차입을 통해 조달하면서 부채가 2010년 8조1000억 원에서 2012년 13조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대형 공기업들의 빚이 불어나면서 재무구조도 눈에 띄게 악화됐다. 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한전이 2012년 186.2%로 2011년 153.6%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가스공사(347.7%→385.4%)와 광물자원공사(150.8%→177.1%), 코레일(154.3%→244.2%) 등도 이 비율이 올라가 28개 전체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208.5%에 이르렀다.

공공기관의 부채는 당장은 국가 재정건전성의 악화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에서 국민경제에 부담이 된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결국 국가가 이 빚을 떠안아야 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국가부채나 다름이 없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현재의 공공부채 수준을 그대로 뒀다가는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솔직히 문제를 고백하고 각종 공공요금을 현실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털 것은 털고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유재동 기자·문병기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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