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실버사원 3000명에 인생2막 선물

동아일보

입력 2013-04-24 03:00 수정 2013-04-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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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에 재수해서 일자리 얻어 월급도 좋지만 활력 되찾아 기뻐”

16일 경기 성남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실버사원 발대식’에서 올해 뽑힌 60세 이상 사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LH 제공
“나이 들어 출근할 곳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합니다. 몸도, 마음도 아직 이팔청춘인데 9개월로 그칠 게 아니라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23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9단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에서 직원 명찰이 달린 연두색 조끼를 입고 도시락을 나르는 우성일 씨(73)의 발걸음은 힘찼다. 이곳에 사는 홀몸노인과 장애인 가정에 급식을 전달하는 길이었다.

그는 지난달 초부터 이 아파트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실버사원이다. LH는 올 초 노년층에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만 60세 이상의 실버사원 3000명을 뽑았다. 2010년 2000명, 2012년 2000명에 이어 세 번째다.

이들은 11월까지 9개월 동안 전국 657개 LH 임대아파트에서 단지 청소를 비롯해 시설물 점검, 입주자 돌봄 서비스 등의 일을 한다. 우 씨는 “1680채가 있는 이 아파트에서는 다른 실버사원 8명과 함께 일하는데 우리가 맡은 곳을 깨끗하고 안전한 아파트로 만들려는 의욕이 넘친다”며 “혼자 사는 입주자에게 말벗도 돼주고 심부름도 해주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면 뿌듯하다”고 귀띔했다.

아파트 현장에 배치받기 전 실버사원이 싱크대 보수 교육을 받는 모습. LH 제공
지난해 모집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우 씨는 올해 ‘재수’ 끝에 합격했다. 3000명 모집에 1만 명 이상이 신청해 3.6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은 것. 그는 “올해 뽑혔다는 소식을 듣고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주변에서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나를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하루 4시간씩 주5일을 일하고 한 달에 55만 원을 받지만 월급보다 더 큰 소득은 따로 있다. 그는 “조금이라도 벌어 가계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다시 일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에서 쓸모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 같아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라며 “나뿐만 아니라 아내도 자부심이 생기고 활력을 되찾았다”고 강조했다.

우 씨는 경찰공무원으로 퇴직한 뒤 60세부터 8년간 개인택시를 몰다 그만뒀다. 복지관에서 아동 귀가 도우미를 하며 일자리를 찾았지만 노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곳은 없었다. 그는 “나는 다행히 신문을 보고 LH에서 노인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소식을 알게 됐지만 이런 기회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며 “공기업 외에 대기업들도 나와 같은 노인이 일할 의욕도 있고, 체력도 된다는 점을 알고 우리를 더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실버사원 제도로 채용된 어르신뿐 아니라 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며 “입주자들에게 공공서비스 질을 높여주고 고령자들에게 인생의 제2막을 선물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제도”라고 자평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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