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정 모두투어 사장 “여행사도 ‘기성복’ 아닌 ‘맞춤복’ 만들어야 살아남아요”

동아일보

입력 2013-03-20 03:00 수정 2013-03-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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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홍기정 모두투어 사장

2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모두투어 본사에서 만난 홍기정 사장이 세계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그는 “여행업계도 기성복이 아니라 맞춤복처럼 고객의 수요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중국인이 한국을 찾는 진짜 이유가 뭔지 아나요? 비키니를 입을 수 있는, 해변이 있는 바다를 보고 싶어서예요. 쯔진청(紫禁城·자금성)과 황산(黃山) 산이 있는데 중국인들이 덕수궁이나 설악산을 보고 감탄할까요. 그들에게 없는 제주 바다를 보여줘야 감동합니다.”

국내 여행업계 2위인 모두투어의 홍기정 사장(60)은 인터뷰에서 외국인 관광객 시장을 더 넓히고 재방문율을 높이려면 차별화된 상품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일본인에게는 ‘아까스리 에스떼(때밀이 미용)’ 상품을, 동남아 국가 관광객에게는 눈을 테마로 한 상품을 전략적으로 개발하는 식이다. 홍 사장은 “한 일본 고객은 밥에다가 깻잎을 얹어 먹는 걸 좋아해 한국에 올 때마다 서울 마포의 식당에서 깻잎 반찬을 박스째 싸가더라”며 “그런 확실한 목적이 있는 고객들은 환율이나 정치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한국을 또 찾는다”고 말했다.

모두투어는 지난해 매출액 1327억 원을 올리며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1월에는 최초로 월 송객인원(모두투어를 통해 국내외 여행을 하는 고객 수)이 10만 명을 돌파했다. 홍 사장은 “정보통신, 생명공학 분야와 함께 향후 고속 성장할 수 있는 분야는 관광과 레저 산업”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쓰고 남은 돈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이제는 수입의 일부분을 여행비로 책정하는 등 달라진 소비성향이 관광산업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그는 국내 여행사도 ‘기성복’이 아닌 고객의 니즈(수요)에 맞게 ‘맞춤복’을 만들어야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고객이 주인공이 돼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맞춤 여행은 관광업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두투어는 이를 위해 2007년 자유여행 전문브랜드인 ‘마이 스토리’와 2008년 고품격 여행 브랜드인 ‘JM(주얼리모드)’을 각각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홍 사장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출발하는 카리브 해 크루즈,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출발하는 지중해 크루즈에 이어 앞으로 5년 내 동북아 지역이 세계적인 크루즈 ‘메카’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주도에 크루즈 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도의 관광 인프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스위스 못지않은 관광대국이 될 수 있다”며 “취항하는 비행기 수에 비해 규모가 턱없이 작은 제주공항부터 확장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점점 늘고 있지만 저가 패키지 상품으로는 답이 없어요.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녹색산업이니 감동 어린 서비스가 생명입니다. 고객을 단순히 감동시킬 게 아니라 까무러치게 만들어야죠.”

그는 여러 나라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산업이라는 이색 논리를 폈다. 일본과 중국 등 외국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아야 외부에서 한반도를 쉽게 공격하지 못할 거라는 이유에서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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