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일용직까지 빚내서 주식투자

동아일보

입력 2013-02-13 03:00 수정 2013-02-13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대출 받은 건 1000만 원인데 갚아야 할 돈은 1200만 원이 됐어요.” 직장인 문모 씨(33)는 주식투자만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대선테마주로 돈을 벌었다는 친구의 말에 지난해 말 덩달아 투자에 나섰다가 돈을 벌기는커녕 빚만 늘어난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

부모의 빚을 대신 갚아주느라 평소 2000만 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쓰던 문 씨는 주식투자를 위해 마이너스 대출 1000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 하지만 투자금 1000만 원은 2주일 만에 800만 원이 됐고, 그는 200만 원의 빚을 진 채 주식을 팔았다.

문 씨처럼 여윳돈이 없는데도 빚을 내서 주식투자에 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득이 낮을수록 투자를 위한 대출액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소득 낮을수록 대출액 증가율 높아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투자금이 갈 곳을 잃자 대출을 받아 증권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임시일용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의 대출액이 급증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과 채권 등 증권투자 용도로 받은 담보 및 신용대출액은 가구당 55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부동산과 자동차, 예·적금 등을 담보로 받은 대출액은 31만2000원,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액은 24만 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 가구당 27만1000원을 대출받아 증권에 투자했던 것을 감안하면 배로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저소득층과 임시일용직 가구의 대출액 증가율이 더 높았다. 소득 하위 20% 미만 가구가 증권투자를 위해 받은 담보·신용대출액은 2010년 가구당 1만1000원에서 지난해 18만9000원으로 약 17배로 올랐다.

소득 상위 20% 미만 가구의 증권투자 대출액이 같은 기간 56만2000원에서 124만1000원으로 약 1.2배로 오른 것과 대조를 보인다.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증권투자금으로 대출받은 금액은 1만1000원에서 14만6000원으로 약 1200% 상승했다. 상용근로자는 56만4000원에서 72만4000원으로 28% 올라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 대출투자, 단타매매 유혹에 취약

전문가들은 경제 불황이 장기화하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가 많아진 게 대출액 증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동귀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며 소득이 낮은 계층이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현재 가진 돈으로 어차피 삶이 팍팍하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큰돈을 벌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을 받아 증권투자에 나설 경우 단기간에 돈을 회수해야 하므로 테마주 등 투기성 자금의 유혹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는 짧은 기간에 충분한 이익을 낼 만한 투자처를 찾는 게 쉽지 않다”며 “설사 빚을 내 투자를 하더라도 단기성 투기가 아닌 건전한 투자를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