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파고든 유럽 新나치… 무기는 SNS

동아일보

입력 2013-02-04 03:00 수정 2013-02-0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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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에 극우화의 바람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경제 침체가 길어지고 청년실업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극우파는 10대까지 파고드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유럽의 극우화 경향이 미래로 갈수록 더욱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저녁 15세 소년 7명이 그리스 중부 라리사 시의 한 상점을 습격했다. 이들이 방망이로 상점 물건을 부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 이민자인 상점 주인의 아들이 머리를 크게 다쳤다. 그리스 극우 정당인 황금새벽당을 추종하는 15세 소년들이 저지른 일이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일 이 사건을 전하며 황금새벽(Golden Dawn)당을 추종하는 10대 ‘황금새벽 키즈’에 주목했다. 경제 불황을 틈타 유행처럼 번진 극우주의가 10대에게까지 손을 뻗쳤다는 것. 이 신문은 “황금새벽당이 최근 감각적이고 재미있는 정치 문구로 10대에 크게 어필하고 있다”며 “이민자에 대한 10대의 반감이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나치 계열의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은 2012년 6월 총선에서 처음 원내에 진출했다. 실업률이 50%를 넘나드는 경제 위기 속에 이민자 추방을 공약으로 내세워 7%를 득표했다. 원내에 진출하려면 전국 단위 정당명부 선거에서 최소 3% 이상을 얻어야 한다. 3년 전 0.3%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고공 상승했다. 총선이 3개월만 늦었어도 제3 정당이 될 뻔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정당은 인종 차별적 폭력을 부추기며 국제인권단체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10대 지지 세력은 증가 추세다. 16세 에브독시아 양은 “다른 정당과 달리 황금새벽당은 경제 불황을 타개할 실질적 해법을 제시한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황금새벽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음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10대의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최근 난데없는 ‘무솔리니 붐’으로 시끄럽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무솔리니의 달력을 구매하려는 젊은이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 불황을 겪는 헝가리와 불가리아에서도 인종 차별적 폭력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상대적으로 경제난이 덜한 국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11년 핀란드 총선에선 극우정당인 ‘진정한 핀란드인당’이 19.1%의 지지를 얻었다. 프랑스의 극우파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도 지난 대선에서 18%를 득표하며 선전했다. 독일에서는 2011년 신나치주의자단체인 국가사회주의지하당(NSU) 당원 3명이 11년간 터키인 8명, 그리스인 1명 등 총 10명을 연쇄 살인하는 일도 벌어졌다.

독일에선 급증하는 이런 범죄를 막기 위한 ‘신나치주의자 지도’까지 등장했다. 슈피겔은 1일 독일의 비정부기구(NGO)인 반파시스트교육센터가 신나치 지도를 제작해 3월 말 인터넷 사이트 ‘우익의 땅’에서 정식으로 선보인다고 전했다. 이 지도에는 신나치주의자가 많은 지역, 극우주의의 과거와 현재, 신나치주의자의 집회 장소, 이들이 신성시하는 나치 기념 장소까지 자세히 표시될 예정이다.

극우주의를 연구해온 바실리키 게오르기아두 판테이온대 교수는 “최근 민족주의로 위장한 새로운 나치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혼란한 정국을 틈타 극우주의가 힘을 받았던 제2차 세계대전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설·백연상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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