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마케팅, 매출도 춤추게 했다

동아일보

입력 2013-01-21 03:00 수정 2013-0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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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콘서트,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18일 문을 연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서울역 롯데아울렛 3층 여성복 매장 앞. 오후 1시가 되자 조금 전까지 매장 입구였던 곳에 30cm 높이의 간이무대 2개가 들어섰다. 그 위로 턱시도 차림의 남성과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올랐다.

“혼성 팝페라(팝+오페라) 듀엣 ‘제니 앤드 현’입니다.”

“저 사람들 뭐지?” 매장 손님들이 수군댔다. 하지만 ‘넬라 판타지아’ ‘유 레이즈 미 업’ 등의 선율이 흐르자 그들은 어느새 ‘관객’으로 바뀌어 있었다. 30분 공연의 마지막곡인 ‘축배의 노래’가 끝나자 “앙코르”를 외치며 환호했다.

백화점과 아웃렛 매장이 각종 문화공연의 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매장과 무대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른바 ‘SOS(스토어 or 스테이지) 마케팅’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 매장의 변심(變心)? 변신(變身)!

매장 안 공연은 롯데아울렛 4층 아웃도어 매장 앞에서도 이어졌다. 통기타를 멘 3인조 그룹 ‘섬타임즈’는 등산복을 고르는 중년 고객들을 겨냥해 ‘7080 메들리’를 들려줬다.

롯데아울렛을 운영하는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부터 백화점을 중심으로 이런 형태의 매장 공연을 강화해왔다. 고객층에 따라 레퍼토리를 세분화한 점도 특이하다. 영캐주얼 매장에선 20대를 위한 최신가요, 여성복 매장에선 30대 여성 손님이 좋아하는 팝페라, 중장년층이 즐겨 찾는 스포츠 매장에선 ‘7080 가요’ 공연을 열었다.

때론 한 층 전체가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식품관에서 열린 제일모직 ‘에피타프’ 패션쇼 모델들은 3227m²(약 978평) 크기의 식품관을 패션쇼 ‘런웨이’로 이용했다. 권준희 갤러리아백화점 마케팅전략팀장은 “식품관 설계 때부터 문화행사 개최를 고려해 통로를 널찍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은 다음 달 말에는 패션과 음식, 문화를 접목한 대형 공연을 열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말 부산 센텀시티점 1층 매장에서 시민 1000명을 초청해 댄스파티를 열었다. 백화점 측은 반응이 뜨거웠던 이 행사를 올 8월 바캉스 시즌에 다시 열 계획이다.


○ 경험·체험을 팔아라

이런 ‘패러다임 변화’는 최근 매출 상승세가 둔화된 백화점들이 특히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슷비슷한 분위기의 쇼핑 공간에서는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는 ‘반성’에서 매장 내 문화행사들이 기획됐다”며 “공연을 문화센터가 아닌 매장 안쪽 깊숙이 끌어들임으로써 고객들에게도 더 많은 만족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한 건물에 입주한 쇼핑몰과 문화센터, 극장 등을 오가며 즐기는 ‘몰링’에 익숙해지자 백화점들이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OS 마케팅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는 작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루 평균 매출이 약 200만 원인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의 ‘스마일마켓’ 브랜드 매장은 인디밴드 공연 날엔 매출이 2배로 뛴다.

별도로 관련 팀을 꾸리는 곳도 생겼다. 현대백화점 ‘UDT팀(유플렉스 디자인 팀)’의 팀원 5명은 매장 기획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공연을 관람하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다닌다. 이대준 마케팅팀장은 “고객들이 매장에 오래 머물게 할 방법을 다양하게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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