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걸리던 벤처창업, 2시간 만에 뚝딱

동아일보

입력 2013-01-07 03:00 수정 2013-01-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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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설립 지원 지경부 ‘G4B 시스템’ 직접 써보니

인터넷에는 사용자가 좋은 식당을 평가하는 서비스가 많았다. 영화도, 책도 인터넷 추천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렇다면 음식점 말고 병원을 평가하면 어떨까?’ 지난해 3월 임진석 굿닥 대표는 이런 생각으로 병원과 의사를 추천하고 평가하는 ‘굿닥’이란 서비스를 만들었다.

낮에는 병원을 찾아다니며 의사들을 설득했고, 밤에는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며 창업을 준비했다.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도 받았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창업서류 작업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물론 법무사와 세무사에게 의뢰하면 복잡한 작업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지만 한 푼이 아쉬운 벤처기업에 수백만 원에 이르는 대행 수수료는 크나큰 문제였다. 임 대표는 직접 서류양식을 뒤지고, 법인등록을 하기 위해 은행, 구청, 등기소, 세무서를 빙빙 돈 끝에 결국 사업자등록증을 손에 넣었다. 3주 이상이 걸렸다.

굿닥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패스트트랙아시아도 이 대표 못지않게 속을 태웠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벤처기업들은 속도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굿닥도 성공하려면 경쟁사보다 빠르게 새로운 서비스들을 제공해야 했다.

이들이 고생한 이야기를 들은 지인이 ‘G4B 기업지원플러스’라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지식경제부가 재택(在宅)창업을 돕기 위해 지난해 1월 완성한 국내 유일의 서비스다. 패스트트랙아시아 박표순 재무팀장과 함께 지난달 말 이 시스템으로 가상의 벤처기업을 창업해봤다.

그 결과 법인설립 직전 단계까지 단 2시간이 걸렸다. 주주 및 감사를 가상으로 선임하는 등 단순화하긴 했지만 3주가 2시간으로 줄어든 셈이다. 일일이 관공서를 방문할 필요가 없어서 많은 시간을 줄인 데다 서류작성에 들인 시간도 확 줄어들었다.

박 팀장은 G4B 시스템을 가리켜 “법인 설립 단계를 기업에 입사지원서 쓰는 수준으로 간소화했다”며 놀라워했다. 개인정보와 연락처 및 학력과 이력을 적는 입사지원서처럼 주어진 빈칸만 신설 법인의 상호와 주소지, 각종 행정정보 등으로 채워 넣으면 됐다. 게다가 상호를 정할 때 이미 그 상호로 등록된 기업이 있다면 경고 메시지가 뜨는 등 사소한 실수도 시스템이 자동으로 교정해줬다.

특히 한 번 입력한 정보가 등기업무를 담당하는 법원, 세무를 맡는 국세청 등으로 자동 전송돼 관공서를 직접 찾아갈 일이 전혀 없었다. 또 주주와 신설 법인의 임원, 감사 등은 인터넷뱅킹에서 사용하는 공인인증서만 갖고 있으면 직접 서명하지 않아도 서로 떨어진 장소에서 전자서명만으로 모든 서명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무엇보다 홍보 부족으로 이용률이 아직 저조했다. 벤처창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벤처캐피털인 패스트트랙아시아조차 취재를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야 비로소 이 서비스를 알게 됐다. 또 법인설립 과정에서 ‘플러그인’이라 불리는 수많은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해 충돌이나 오류가 생기는 때도 있었다. 가상법인 등록 과정에서도 G4B시스템이 두 차례 멈춰 컴퓨터를 종료했다 다시 켜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 창업을 하는 젊은이들은 창업 관련 궁금증을 ‘네이버 지식인’ 같은 곳에 물어보는 사례가 많은데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이 표준 양식대로 서류 작업을 보증해 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박 팀장은 평가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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