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속이 꽉~찬 작은 내 집

동아일보

입력 2012-12-29 03:00:00 수정 2012-12-31 12: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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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엔 ‘언덕 위의 하얀 집’ 소망 이렇게 이뤄보세요

경기 양평군 용문면 최창섭 씨의 집. 가족은 4년간의 준비 끝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땅값과 건축비를 포함해 총 3억 70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양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전에 눈이 내린 25일 성탄절. 언덕 위의 정남향 이층집은 영하 10도의 혹한 속에서도 따뜻한 햇살을 가득 받고 있었다. 최창섭(37), 김연경 씨(38) 부부가 심혈을 기울여 지은 경기 양평군 용문면의 전원주택. 집 안으로 들어가니 따뜻한 온기가 손님을 반겼다.

부부의 두 딸 고운(8)이와 선우(3)는 정말로 용감하게 뛰어다닌다. 소리도 마음껏 지른다. 윗집이나 아랫집이 없으니 전혀 눈치 볼 필요가 없다. 한참 뛰어놀다가는 계단에 앉아 책도 읽고 수다도 떤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 김 씨는 “아이들이 이사 후 감기를 앓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자랑이 대단했다. 첫째 고운이는 예전 안양에 살 때는 감기를 달고 산 데다 아토피 피부염까지 앓았다.

기자들이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는 네 식구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엄마 아빠까지 너무나 행복해했다. 최 씨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회사까지 2시간 가까이 걸리지만 별로 피곤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씨와 김 씨 부부는 4년 전부터 이사를 고민하다 2010년 지금의 위치에 집터를 샀다. 땅 면적은 890m²(약 270평).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근처의 다른 집처럼 짓자니 부부가 생각한 예산이 초과될 것 같았다.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그들은 결단을 내렸다. “그래, 작지만 실속 있는 집을 짓자.”

부부는 땅 위에 작은 직사각형을 그렸다. 대지 면적의 7% 남짓에 불과한 66m²(약 20평). 지난해 봄 완공된 집은 1층과 2층을 합쳐 총면적이 약 122m²(약 37평)다. 도시의 기준으로는 넓은 편이지만 전원주택 기준으로는 중소형에 불과하다.

최근 전원주택을 중심으로 이렇게 ‘작은 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 씨 부부의 집보다 더 작은 집도 많다. 이런 추세는 도심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작은 집이 뜨는 이유

작은 집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물론 그 첫째는 돈 때문이다. 작은 집은 건축비가 적게 든다. 냉난방비도 적고 청소 등 집 관리도 쉽다. 최근 들어 전원주택 시장에서는 노년층 구매자의 비율이 줄고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30대 후반∼40대 초 구매자의 비중이 늘었다.

땅이 넓으니 최대한 건물을 크게 짓겠다는 발상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작게 지으면 건축비용, 유지비, 난방비를 모두 아낄 수 있다. 인천 강화군의 2층 주택(왼쪽·스무숲건축 이야기作), 충남 금산군의 흙나무집(오른쪽 위·우리흙집연구소作), 충북 충주시의 가정주택(오른쪽 아래·홈스타일토토作). 주택문화사 제공
▼ 작은 집 생명은 단열… 제대로 지으려면 1평 500만원 들여야 ▼

예산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들은 은퇴자들처럼 으리으리한 큰 집을 지을 여력이 없다. 임병훈 홈스타일토토건축디자인사무소장은 “작은 집은 꿈속의 집을 마련하게 해 주는 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 겉모양보다 실속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들은 크지만 겉만 보기 좋은 집보다는 작지만 속이 꽉 찬, 실속 있는 집을 원한다. 이세정 ‘전원 속의 내 집’ 편집장은 “실생활에선 싸게 지은 큰 집보다는 작고 ‘스펙’이 좋은 집이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스펙이 좋은 집은 단열이 잘돼 열효율이 높고 친환경 자재를 써 건강에 좋은 집이다. 이 편집장은 “부부 두 사람이 사는 커다란 2층집을 겨울에 방문했는데, 찬바람이 내려오지 않도록 계단을 이불로 막고 1층만 쓰고 있더라”고 말했다.

작은 집의 미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3억 원대 이하 전원주택은 요즘 같은 부동산 불경기에도 꽤 잘 팔리는 편이다. 만약 방이 더 필요하면 어떻게 하냐고? 해답은 간단하다. 본래 건물을 증축하거나 별채를 지으면 된다.


단열이 생명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최근 전원주택, 단독주택 건축의 포인트는 단열이다. 용문면의 최창섭 씨 집 역시 단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집짓는 돈을 아꼈더라도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여름과 겨울에 뭉칫돈이 들어간다.

최 씨 부부는 인테리어에서 아낀 돈을 단열에 투자했다. 그들의 집은 벽뿐만 아니라 외벽에도 단열재를 시공했다. 창문은 아르곤 가스를 넣은 이중창이다. 꼼꼼한 단열 시공의 효과는 놀라웠다. 한겨울에도 기름보일러 난방비가 15만∼20만 원밖에 나오지 않는다. 기자들이 찾아간 25일에도 오전 8시경에 1시간 정도 보일러를 돌렸을 뿐인데 오후 3시가 넘도록 집 안에 온기가 남아 있었다. 동네의 다른 집은 하루 종일 보일러를 켜도 냉기가 돌고, 난방비가 한 달에 많게는 100만 원 이상 나온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단독주택엔 반드시 열교환기를 달 것을 권했다. 에너지 절약형 주택은 단열과 기밀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건물이 밀폐 상태에 가까워지면 공기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보통 문을 열고 환기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빠져나가는 열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 열교환기는 주택 내부의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신선한 외부 공기를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열에너지를 다시 회수해 준다. 이세정 편집장은 “건물 면적을 줄이더라도 열교환기를 쓰라”고 했고, 임 소장은 “안 하면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지을 것인가
요즘에는 목재와 흙, ALC(Autoclaved Lightweight Concrete·기포를 넣어 무게를 줄인 콘크리트), 일반 콘크리트 등을 사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집을 짓는다. 목재와 흙을 섞어 쓰거나 흙 부대를 이용하는 건축법도 있다. 흥미롭게도 흙 부대 건축법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달에 건축물을 짓는 방법을 궁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달에 있는 흙을 포대에 담아 쌓으면 될 것이 아닌가’란 간단한 생각이 혁신을 불렀다.

한편 집짓기와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1평(약 3.3m²)당 건축비가 얼마나 되냐”는 것이다. 집을 짓는 방법이나 비용은 용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제대로 지으려면 400만∼600만 원은 들여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초보 건축주들은 설계와 인허가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에 부닥친다. 많은 사람이 소위 ‘허가방’(기존 설계도를 이용해 인허가를 대행해주는 건축사무소)을 이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전에는 전문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하는 비용이 상당히 비쌌다. 그런데 요즘에는 소장파 건축가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설계해주는 사례가 늘었다. 이런 사람들은 시공사 소개나 감리를 해주기도 해 편리하다.

농어촌체험 포털인 웰촌(www.welchon.com)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이곳에는 매년 5, 6개의 농어촌 표준설계도(국민주택 규모)가 무료로 올라온다. 사이트 메인화면 아래쪽의 ‘농어촌주택 표준설계도’ 아이콘을 클릭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골치 아픈 시공사 선택은 어떻게 하면 될까. 이 편집장은 “해당 시공사가 지은 지 3년이 넘는 집을 방문해 보라”고 말했다. 3년 정도면 웬만한 하자가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도시에도 짓고 싶다고?

작고 예쁜 집을 농촌에만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도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 요즘엔 서울 주택가에도 작은 면적의 땅에 소규모 주택을 짓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다만 도시에서는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수익 창출’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다. 3층 건물을 올려 1층을 세주고 본인이 2, 3층에서 사는 것이 그 예다. 다만 도시에서는 건폐율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협소주택’이란 것이 유행하고 있다. 협소주택이란 50m²(약 15평) 이하의 토지에 지은 좁고 작은 집을 말한다. 보통 2∼3층으로 짓는데 30m²(약 9평)짜리 집도 3층으로 지으면 4인 가족이 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한다.

한편 농촌에서는 소규모로 택지를 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것이 최창섭 씨 가족이 집에 비해 꽤 넓은 땅을 사야 했던 이유다. 이런 조건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땅을 구입해 소규모 주택을 짓거나 이동식 주택을 설치하면 된다.

미니하우스로 불리는 이동식 주택은 최근 세컨드하우스 용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7∼23m²(5∼7평) 규모로 작지만 부엌과 화장실이 있어 무척 편리하다. 초라한 컨테이너하우스와는 콘셉트 자체가 다른, 제대로 된 집의 축소판이다. 설치가 간편하고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 주말에만 들러 텃밭을 가꾼다거나 할 때 좋다. 집을 지을 후보지에 설치해 가끔 들르면서 주변 환경이나 이웃 인심을 알아볼 수도 있다. 가격은 1000만∼3000만 원 선. 최 씨 부부의 집이 있는 용문면에도 여기저기에 미니하우스가 들어서 있었다.

언덕 위의 하얀 집, 주말마다 찾을 수 있는 전원 속 안식처. 누구나 꿈을 꾸지만 그것을 쉽게 이루진 못한다. 하지만 꿈의 규모를 줄이면 실현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의 명문 듀크대 의대를 나왔지만 의사의 길을 버리고 배우가 된 재미교포가 있다. 이름이 켄 정(정강조)인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생은 짧다. 그러나 두려워하다보면 인생은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간다.” 곧 새해가 된다. 살고 싶은 집에 대한 꿈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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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권모·권기범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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