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프랑스-영국 ‘금융 허브’ 놓고 으르렁

동아일보

입력 2012-12-05 03:00 수정 2012-12-3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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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중앙은행 총재 “유럽 금융허브는 유로존에”
英 런던시장 “금융왕좌 훔치려는 노골적 시도”


프랑스와 영국이 런던의 금융 중심지 지위를 놓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발단은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3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유럽의 금융 허브가 해외에 있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라며 유로화 허브 지위를 런던의 금융가 ‘시티’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누아예 총재는 “영국은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유럽의 대다수 은행과 기업이 유로존 내부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누아예 총재의 발언은 유로화 허브 기능은 유로존 안에 있어야 유럽중앙은행(ECB)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같은 발언은 영국이 유럽연합(EU) 다수국의 2014∼2020년 예산 증액안에 반대하고 나서자 프랑스가 “영국을 빼고 가자”고 주장하는 등 영국 견제 움직임을 주도하는 가운데 나왔다. 유로화를 쓰지 않는 영국은 2015년 총선 이후 EU 잔류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런던은 여전히 세계 유로화 거래의 40%를 차지하며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 유로존 내 거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금융산업은 영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4%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중의 핵심 산업이며 영국 경제의 원동력이다.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경제 정책에 독설을 퍼부어 온 보수당 소속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3일 누아예 총재의 발언에 대해 이브닝스탠더드 인터뷰에서 “런던의 금융 왕좌를 훔쳐가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며 “유로존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무언가를 해보려는 절망적인 시도”라고 깎아내렸다.

존슨 시장은 지난달 말 인도 방문 중 인도의 세계 최대 철강기업 아르셀로 미탈이 프랑스에서 적자 용광로 2곳을 폐쇄하려 하자 “파리에 상퀼로트가 또다시 나타났다”며 “친구들이여 런던으로 오라”고 말했다. 이는 프랑스 정부가 적자 기업에 대해 “프랑스를 떠나라, 그러지 않으면 국유화하겠다”고 압박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프랑스어로 상퀼로트(Sans-culotte)는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 좌익 노동자 혁명계급을 지칭하는 말로 프랑스 정부를 투자자들을 내쫓는 좌파 혁명 분자로 야유한 것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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