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모서리 집착에 싸우고…장애인 훔쳐보다가…대박!

동아일보

입력 2012-11-06 03:00:00 수정 2012-12-24 21: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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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노트2 핵심디자이너 4인방의 개발스토리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싸우고, 또 싸웠습니다.”

‘갤럭시노트2’의 하드웨어 디자인을 할 때의 일화를 소개하던 삼성전자 휴대전화 디자이너 정재웅 씨의 입술 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는 전투를 벌인 대상이 개발팀이라고 했다. 설득하고, 어르고, 때로는 화까지 내면서 최선이라고 여기는 디자인을 관철하는 것은 그에게 일상이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노트처럼 필기할 수 있는 ‘S펜’을 앞세워 애플 ‘아이폰’과의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카피캣(모방꾼)’ 혹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종자)’라는 시장의 비판을 잠재운 제품이다. 9월 말 출시된 갤럭시노트2는 37일 만인 2일 현재 세계 판매량 300만 대를 넘어섰다. 그 중심에는 갤럭시노트2 디자이너 4인방이 있다.


○ 갤럭시노트2는 각진 형태일 뻔했다

정 씨가 생각한 갤럭시노트2의 디자인은 종이 다이어리와 같은 친근함과 따뜻함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다이어리를 오래 쓰다 보면 종이 모서리 끝이 닳으면서 모양이 동글동글해져요. 제품의 모서리를 직선이 아니라 라운드로 처리해 마치 1년은 쓴 것 같은 다이어리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개발 부서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스마트폰의 부품은 대부분 각진 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각형 부품을 둥근 껍데기 안에 넣으면 빈 공간이 많이 생겨 외부 충격에 쉽게 부서질 수 있다며 개발팀은 펄쩍 뛰었다. 디자인팀은 강하게 몰아붙여 모서리, 뒷면, 홈 버튼, 뒷면 카메라까지 곡선 형태로 된 갤럭시노트2를 탄생시켰다.


○ 집착에 훔쳐보기, 꿈까지 꿨다

화면을 디자인한 전희경 씨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1, 2픽셀(컴퓨터 그래픽을 구성하는 작은 점)의 위치 차이를 눈으로 콕 집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디자이너다. 그가 잉크 방울이 물 위에서 번지는 듯한 그래픽을 갤럭시노트2에서 구현할 때다. 전 씨는 “우리가 만든 그래픽과 실제 잉크가 번지는 모습을 보니 미세하게 달랐다. 남들은 (그래픽으로) 잉크가 번지는 모습이 완벽하다고 했지만 분명히 3픽셀 정도가 차이 났기 때문에 다시 작업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변태 같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정미 씨는 새로운 제품 디자인에 참여할 때 꿈을 꾼다고 했다. 그가 꿈에서 영감을 얻은 게 바로 S펜을 화면에 대지 않아도 S펜을 인식한 것처럼 스마트폰 메시지가 뜨는 ‘에어 뷰’ 기능이었다.

새로운 스마트폰 디자인을 기획하는 게 주 임무인 김유란 씨의 취미는 ‘훔쳐보기’다. 그녀는 지하철을 타면 다른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어떤 앱(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쓰는 지 훔쳐보곤 한다. 그러다 우연히 한 시각장애인이 ‘갤럭시노트1’으로 부모와 통화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당장 장애인 40명을 인터뷰했고, 그렇게 탄생한 기능이 문자메시지를 음성으로 낭독해 주는 ‘음성으로 읽어주기’ 기능이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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