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hampion]제조업체서 러브콜 쇄도… 그린광학 조현일 사장

동아일보

입력 2012-11-05 03:00 수정 2013-01-0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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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속도로 발전하는 광학… 제품보다 기술 우선”

그린광학의 차세대 ‘먹거리’인 헤드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 고객들은 HMD를 통해 공간 제약 없이 생생한 LCD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린광학 제공
《 “자체 기술을 갖지 못한 기업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계 광학기술 업체에서 연구개발직으로 근무하던 조현일 씨는 1997년 ‘기술 국산화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로 회사를 나왔다. 당시 국내 광학업체들은 자체 기술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독일, 일본 등에서 비싼 값에 광학렌즈 등을 들여오고 있었다. 기술이 없으니 자연히 가격 협상에서 칼자루를 뺏길 수밖에 없었다. 대학원에서 응용광학을 전공하고 현장 경험까지 갖춘 조 씨는 우리만의 광학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광학업체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동료 다섯 명을 모아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에 그린광학을 세웠다. 》
그린광학의 조현일 사장은 기술 국산화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1997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했다고 말했다. 그린광학 제공
회사 설립 후 1년이 채 안 돼 외환위기가 닥쳤다. 그러나 위기는 오히려 그린광학에 기회가 됐다. 환율이 치솟자 제품 수입을 감당할 수 없었던 국내 업체들은 싼값에 제품을 제공하는 그린광학을 찾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6일 충북 청원군 본사에서 만난 조현일 사장(46)은 “자체 기술을 확보한 우리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린광학은 설립 15년째인 지난해 13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사이 직원은 6명에서 135명으로 늘어났다.


○ ‘코리아’ 브랜드 구축이 우선

그린광학은 광학제품의 설계, 제조, 검사, 평가 등 모든 공정을 처리하는 종합 광학 전문 회사다. 컴퓨터나 TV 모니터의 액정표시장치(LCD) 스테퍼, 열화상카메라 등 다양한 제품이 그린광학의 손을 거쳐 생산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그린광학은 제품 설계업체에 가깝다. 제품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한 뒤, 이 기술을 팔아 수입을 올린다.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큰 기업의 협력업체들이니 결국 많은 소비자들이 그린광학이 개발한 기술의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제품을 본격적으로 양산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 사장은 “광학 시장은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생산보다는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기술 경쟁력을 갖추면 제조업체들의 지속적인 러브 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국내 광학업체들이 함께 성장해 ‘코리아 브랜드’를 구축하지 않으면 특정 업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제품 생산보다는 기술 개발에 전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린광학은 후발 업체들에 기술 등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조 사장은 “사내 직원들에게 창업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며 “그린광학 출신으로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업체 대표가 두 명이나 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린광학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제품은 광학기술을 활용해 LCD 영상을 보여주는 특수 안경인 ‘헤드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다. 조 사장은 “HMD는 게임, 교육 외에 의료, 군수용 등 적용 가능한 분야가 많다”며 “매년 15∼20% 성장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그린광학은 HMD 판매에 필요한 전문 파트너를 찾고 있다.


○ 사내 직원 전체가 ‘광학 공부’

그린광학이 만든 내부 학습용 교재. 그린광학은 직원들의 공부를 돕기 위해 일본어, 독일어로 쓰인 광학 관련 서적 100여 권을 직접 번역했다. 그린광학 제공
성장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조 사장은 “학습을 통한 끊임없는 내부 혁신”이라고 했다. 광학 시장은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 혁신을 소홀히 하면 뒤처지기 쉽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린광학은 지난해부터 학습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있다. 전체 직원을 7∼10명 단위로 묶어 광학 시장을 공부하고 제품을 분석하게 하는 식이다. 회사 측은 학습을 돕기 위해 일본어, 독일어로 된 책을 번역해 자체 교재를 만들어 나눠줬다. 또 특허, 경영, 무기체제, 광학 설계 등 분야별로 매주 교수를 초빙해 학습 내용을 참관하고 돕도록 했다. 우수 TF에는 400만 원 상당의 포상금도 준다.

이 같은 사내 TF를 통해 나온 대표적인 결과물이 스마트폰용 광학렌즈다. 확대 및 접사 기능에 제약이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망원, 광각 등의 기능을 갖춘 광학렌즈를 개발한 것이다. 조 사장은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제품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도 직원들과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서 광학 시장의 미래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청원=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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