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3주년]썩은 열매 과감히 버리고 청탁 근절… ‘깨끗한 LH’ 일궜다

동아일보

입력 2012-09-26 03:00 수정 2012-09-2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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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 우수기관’지정깵 LH의 인사혁신


《‘미운오리새끼에서 화려한 백조’로의 변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출범 이후 3년간 거둔 성과는 한마디로 이같이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부실공룡에서 우수 공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회사 이름을 빼고 모두 바꾸자’는 이지송 사장의 혁신 경영과 이를 묵묵히 뒤따른 직원들의 희생이 바탕이 됐다. ‘정해진 규정에 맞게 티 없이 처리만 하면 된다’는 무사안일주의로 대변되는 공기업적 마인드를 버리고 경쟁과 효율을 앞세운 민간기업의 가치관을 이식하는 작업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감한 인사쇄신과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등 조직의 청렴함을 높이려는 시도들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소들이다.》○ 그물망 인사검증으로 능력자를 발굴하다

2011년 청렴실천 결의 대회에서 임직원들이 청렴선언을 하고 있다.
출범 직후부터 LH는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쟁과 효율을 기반으로 조직 및 인사 체계를 개편하면서 내부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2011년 초 7단계의 인사 검증시스템을 통해 1, 2급 상위직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40여 개 직위에 젊고 유능한 하위급 직원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를 통해 통합 이후 다소 경직됐던 조직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7단계 인사 검증 시스템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심사대상자 명부가 작성되면 먼저 1차 위원회에서 임용 예정인원의 5배수를 선정한다. 이에 대해 감사실에서 비리연루자 등 부적격자를 검증한 후 2차 위원회에서 예정인원의 3배수로 대상자를 줄인다. 이어 5단계로 신라시대 화백제도를 본떠 전국의 모든 지역본부장 및 사업본부장이 참여하여 승진 예정인원에 대한 의견을 낸다. 이 의견을 2차 위원회에서 참고하여 최종적으로 예정인원의 2배수를 선정함으로써 사장이 최종 승진대상자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다양한 간부직원 등이 참여하는 인사검증 절차를 통해 경영진 일부만이 관여했던 과거의 밀실인사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졌으며 특히 비리에 연루된 직원이나 결격사유가 있는 직원을 걸러낼 수 있게 됐다.


○ 활발한 인사교류로 화학적 통합 이루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합치면서 우려됐던 양측의 갈등과 반목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시도됐다.

우선 현장 중심의 조직 운영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본사와 지원인력을 줄여 2010년 초에는 본사 인원의 25%인 500여 명을 사업현장으로 배치했고, 2011년 초에는 현장사업단을 확대해 LH 전체 인력의 57%인 3750명을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현장으로 보냈다. 보상에서 개발, 공급, 사후관리까지 현장에서 이루어지게끔 조직구조를 개편한 것이다.

활발한 교류를 위한 방안 중에는 ‘인사 드래프트제’도 눈에 띄는 제도다. 2급 부장급 인사 전 본사 처·실장, 지역본부장, 사업본부장 등 각 부서장으로 하여금 인사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함께 일하고 싶은 2급 부장을 직접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연공서열 위주의 보직부여 관행을 타파하고 자연스러운 경쟁시스템 도입을 위한 것이었다. 양 공사 출신 간 교류를 활성화하여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동시에 2011년 초부터 신규 사업은 프로젝트별 총괄책임자를 지정하는 철저한 ‘사업실명제’를 실시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던 관행을 없애고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사장은 “철저한 인사 혁신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조직 운영의 큰 골격이 갖추어졌다”며 “누가 봐도 이의가 없도록 공정, 공평, 공개적으로 하겠다는 소신으로 철저하고 공정한 인사검증시스템을 만들려고 애썼다”고 답했다.


○ 철저한 부패관리로 투명성 확보하다

LH는 부패 근절 대책을 위한 내부제도도 여럿 도입했다. 지역토착비리 등 부정부패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고 본사와 지역본부, 사업본부 간, 지역본부 내근과 현장 간 순환 배치를 적극 시행한 것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제도가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10만 원 이상 향응을 받으면 즉시 퇴출하는 ‘10만 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이다.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기도 한 프로젝트였다. 또 각 지역 본부 내 ‘감찰 분소’를 설치 운영해 토착비리 등 조직내의 부패행위가 싹틀 수 없도록 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전국 7개 거점지역에 설치된 감찰 분소를 통해 기동성 있는 현장 감찰활동을 펼치도록 한 것이다.

건설 분야에 만연한 청탁행위 근절을 위해 내부 인트라넷 상에 청탁등록시스템을 구축하여 임직원이 내·외부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는 경우에는 그 내용과 청탁자 등을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했다. 등록자에게는 책임면제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입찰제도 개혁도 청렴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그동안 각종 비리와 민원의 온상이 돼왔던 입찰심사를 ‘LH 클린심사제’로 전환해 심사 전 과정 폐쇄회로(CC)TV 촬영 공개 등을 이끌었다.

이 사장은 “부패척결 없이는 경영정상화도 모두 물거품”이라며 앞으로도 골프와 청탁행위를 강력하게 근절할 것을 다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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