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I인터내셔널 페로 박사 “아이폰 시리 음성인식 기술 원조는 우리… 한국과 건강관리 비서 ‘VPA’ 개발 계획”

동아일보

입력 2012-09-20 03:00 수정 2012-09-2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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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인공지능 최고 권위자 SRI인터내셔널 페로 박사

SRI인터내셔널 인공지능센터를 이끄는 레이먼드 페로 박사. 한국전자인증 제공
애플이 ‘아이폰4S’의 새 기능으로 ‘시리(Siri)’를 내놓자 사람들은 휴대전화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뭐가 제일 좋은 휴대전화지”라고 물으면 “당신 손에 들고 있는 바로 그것이죠”라고 자연스럽게 대답할 정도로 뛰어난 시리의 대화 능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사람처럼 생각하고 대화하는 이 기술은 애플이 만든 게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최대 연구기관의 하나인 SRI인터내셔널의 레이먼드 페로 박사가 18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SRI의 인공지능센터를 이끄는 인공지능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아이폰4S에 사용된 시리는 SRI 출신 연구원들이 분사해 세운 회사 이름이기도 하다. 시리가 음성을 인식할 때 사용하는 음성인식기술도 SRI 출신들이 세운 뉘앙스커뮤니케이션이 만들었다. 모두 SRI에서 진행했던 연구다. 심지어 애플의 경쟁업체인 구글의 음성인식 기술도 SRI 출신이자 페로 박사의 동료였던 마이클 코언 박사가 참여해 만들고 있다.

페로 박사는 “시리나 뉘앙스 같은 회사는 연구소 수준의 연구를 소비자가 쓸 수 있도록 상업화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칭찬하면서도 “연구 단계로 보면 아직 초보적”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시리는 사용자가 문자를 보내라거나 날씨를 알려 달라는 등 뭔가를 지시하는 한 가지밖에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대화로 사용자의 거부감을 줄이는 데 집중했기 때문인데 페로 박사는 “보이지 않는 뒤편에서의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쓸 때 우리는 어떤 앱(응용프로그램)을 고를지 몰라 쩔쩔 맨다”며 “우리가 시리에 기대하는 건 앱을 골라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 좋은 식당 앱을 이것저것 내려받아 써본 뒤 직접 식당을 예약하는 복잡한 일을 하기보다는 그냥 ‘저녁식사 예약해 줘’라고 말하면 인공지능이 좋은 식당을 추천하고 예약까지 해주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페로 박사는 “이런 기능을 지금 ‘가상개인비서’(VPA·Virtual Personal Assistant) 기술을 써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방한한 이유도 한국전자인증과 함께 VPA를 이용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한국전자인증은 2월 AI브레인이라는 인공지능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세웠는데 이 회사는 개인별 맞춤형 식단과 운동방법, 생활습관 등을 코치하는 인공지능 비서를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하루 종일 개인의 생활습관을 분석하면서 건강관리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얼마나 걸었는지, 밥은 뭘 먹었는지 등을 분석한 뒤 스스로 생각해 최선의 추천안을 제시하는 서비스다.

페로 박사는 “VPA는 다양한 업종에서 쓸 수 있는 연구”라며 “한국전자인증처럼 개인 건강관리에도 쓸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은행의 금융 거래를 대신하거나 어린 학생들이 게임처럼 교육을 받도록 하는 학습 지도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사람이 직접 하려면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것이다.

기계가 건강 관리와 돈 관리, 자녀들의 학습까지 대신하는 사회라니 좀 섬뜩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페로 박사는 “인공지능은 아직 인간의 대화를 이해하는 일조차 못하는데 그건 사람은 말실수를 해도 순식간에 깨닫고 수정하지만 시스템은 실수에 대한 개념조차 없기 때문”이라며 “공상과학 소설과 달리 인공지능은 똑똑한 비서 역할을 제대로 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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