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이진석 기자의 Car in the Film]쉐보레 ‘루미나’ / 폭풍의 질주

동아일보

입력 2012-09-12 03:00 수정 2012-09-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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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 진정한 레이스의 질주본능을 깨우다


햇살과 함성이 쏟아지는 트랙. 출발 신호가 켜지면 20여 대의 경주차가 동시에 울부짖으며 앞을 향해 뛰쳐나갑니다.

레이스 종료를 알리는 체커기가 하늘을 가를 때까지 경주차는 ‘누구보다 빨리 달린다’는 일념만을 싣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달링턴 레이스웨이를 질주합니다.

카레이스는 얼핏 보기에는 속도만을 겨루는 단순한 경기 같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과정과 수많은 애환이 얽혀 있습니다. 고(故) 토니 스콧 감독의 1990년 작 ‘폭풍의 질주(Days of Thunder)’는 레이스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경주대회 내스카(NASCAR·미국개조자동차경주연맹)는 일반 차량을 경기용으로 개조한 스톡카로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속도를 내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입니다.

현역에서 은퇴한 유명 레이서 해리(로버트 듀발 분)는 쉐보레 자동차 딜러인 팀(랜디 퀘이드 분)의 설득에 내스카 신생팀의 감독을 맡습니다.

이 팀에 들어온 것은 내스카 경험이 한 번도 없는 단거리 레이스선수 콜(톰 크루즈 분). 그는 시험주행에서 현역 최고의 레이서 로디(마이클 루커 분)보다 빠른 기록을 내며 풋내기 취급을 하던 스태프들의 입을 다물게 합니다.

해리는 쉐보레가 1989년 출시한 준대형세단 ‘루미나’를 기반으로 콜을 위한 경주용 개조차를 만듭니다. 어두컴컴한 차고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차를 다듬는 그의 모습은 마치 거룩한 종교의식에 비할 법합니다. 루미나는 2001년 북미지역에서 단종될 때까지 연간 20만 대 이상 팔리는 상업적 성공을 거뒀습니다. 현재는 쉐보레의 세단 ‘임팔라’와 쿠페 ‘몬테카를로’가 루미나의 뒤를 잇고 있습니다.

콜과 라이벌 로디는 경주 중 불의의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갑니다. 앙숙인 두 사람은 병원에서도 레이서의 본능을 감추지 못합니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질주하더니 퇴원 후 곧장 렌터카를 빌려 도심 레이스를 펼칩니다.

장애를 안게 된 로디를 대신해 트랙으로 돌아온 콜은 새 라이벌을 만납니다. 사고의 공포가 그의 앞을 막아서지만, 감독의 신뢰가 그의 등을 떠밉니다. 경기 중 차량 상태 이상으로 차고로 들어와 정비를 마친 뒤, 단 0.1초라도 선수를 빠르게 보내기 위해 미캐닉들은 전력을 다해 차를 밀어냅니다. 레이서와 팀의 신뢰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우승을 차지한 콜은 해리에게 달려가 “우리가 이겼다”며 어깨를 감싸 안습니다.

이 영화는 지난달 유명을 달리한 토니 스콧의 감각이 최고에 올랐던 시기의 작품입니다. 그는 ‘탑 건’ ‘트루로맨스’ 등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며 1990년대 영화계를 지배했습니다. 영상미 외에도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한스 치머의 아름다운 배경음악, 그리고 당시만 해도 20대였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풋풋한 연기도 놓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브랜드 ‘폰티악’ 등 다양한 미국의 머슬카도 나옵니다. 무엇보다도 진정한 카레이스를 알고 싶다면 절대로 이 영화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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