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대기업 등에 올라탄 벤처, 방심하다간 ‘상어 밥’ 된다

동아일보

입력 2012-08-30 03:00 수정 2012-08-30 08:1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상어의 딜레마’에 안빠지려면

DBR 그래픽
독특한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한 중소기업 A사는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모바일 분야로 영역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B사가 A사에 전략적 제휴를 요청했다. 초기에 순조롭게 협력이 진행되는 듯했지만 B사는 A사의 모바일 서비스를 자사 상표로 등록해버렸다. 또 A사의 서비스를 벤치마킹해 자체적으로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B사는 A사와 협력 관계를 청산했다. 또 A사에 모바일 시장에서 해당 서비스 상표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A사는 당초 B사와의 협력을 통해 부족한 유통 채널을 보완하려 했다. 하지만 협력은 실패했고 핵심 기술과 성장성 높은 사업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 성장의 동반자 vs 적과의 동침

많은 기업들은 타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 자사의 부족한 자원과 역량을 보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돈과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협력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협력이 항상 좋은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협력 과정에서 생긴 이익을 힘이 센 대기업이 독식할 수도 있다. 심지어 A사처럼 가지고 있던 경쟁력마저 잃을 수도 있다. 이처럼 중소 벤처기업이 대기업과 제휴하는 과정에서 기존 역량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표현한 말이 ‘상어의 딜레마(Shark Dilemma)’다. 덩치가 큰 상어의 등에 올라타면 쉽게 바다를 건널 수 있지만 상어가 포식자로 돌변할 수 있는 상황에 빗댄 표현이다.


○ 상어의 딜레마


벤처기업이 대기업과 협력할 때 ‘상어의 딜레마’에 처하는 이유는 두 기업 간 목표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혁신 역량이 뛰어난 중소 벤처기업은 생산·유통 측면의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 전략을 사용한다. 반면 기성 대기업은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구하는 게 주 목적이다. 쉽게 말해 협력의 두 당사자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상대방의 역량을 흡수하는 속도가 서로 다른 것도 문제다. 대개 우수한 인적 자원을 많이 갖춘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내재화하는 속도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빠르다. 원하는 것을 먼저 얻은 대기업은 기존 ‘동등한 파트너 관계’를 ‘주종관계가 명확한 갑을관계’로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공산이 크다.

특히 벤처기업들은 지식재산권을 효과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경영 여건상 벤처기업들은 단기 매출 성장과 생존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안상 허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노련한 대기업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 상어가 득실대는 바다에서 안전하게 수영하려면

벤처기업이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으면서 상어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안전한 상어’를 찾아야 한다. 물론 세상에 태생적으로 상냥하고 착한 상어는 없다. 하지만 나와 중복되는 시장이 적고, 과거에 많은 벤처기업과 성공적으로 협력한 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나와 파트너 관계를 맺기 위해 헌신하는 상어라면 조금은 안심할 수 있다.

안전한 상어를 찾았더라도 무작정 물속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안전장비를 최대한 갖추고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특허를 비롯한 실용실안, 상표권, 디자인권 등 지식재산권 보호제도다. 물론 지식재산권을 소유했다고 권리가 침해됐을 때 모든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보호받을 수 있는 나의 권리 범위가 정확하게 어디까지인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A사는 온라인 분야에서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모바일 분야를 인식하지 못해 이 분야에서 상표권 등록 기회를 놓쳐버렸고 결국 그 몫을 B가 차지해버렸다. 따라서 지식재산권 제도를 활용할 때는 미래 사업성을 면밀히 분석해 보호받고자 하는 범위를 전략적으로 설정하고 다수의 지식재산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등 다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내 기술 유출 사건의 60%는 중소 벤처기업에서 발생한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한민선 PRiSM 연구회 연구원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1호(2012년 8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중국 ‘관시’ 오해와 진실

▼ MIT슬론 매니지먼트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A는 중국 본토에 진출하면서 인맥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 인사들과 ‘관시’라고 불리는 유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후원하고 호화로운 파티를 주최했다. 하지만 몇 년이 흘러도 비즈니스 성과는 제자리였다. 기대 이하의 결과를 받아든 경영진은 원인 파악에 나섰다. 그리고 관시를 만들기 위해 쏟아 부은 갖가지 노력들이 오히려 좋지 않은 평판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중국 경영자들은 A기업을 비즈니스 파트너라기보다는 공짜로 유흥을 제공하는 대상쯤으로 생각했다. 설상가상으로 A가 내놓을 수 있는 매력적인 비즈니스 제안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A가 사업에 주력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A의 중국 진출은 실패했다. 중국에서 효과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점을 소개한다.



미얀마 정글 극복한 英 괴짜대령

▼ 전쟁과 경영


미얀마 정글은 가혹했다. 칼날 같은 풀과 나뭇잎은 군복도 찢었다. 원시림의 바닥은 수십만 년간 썩은 부식토와 유해가스 덩어리였다. 그 부식토에는 가죽 군화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비가 오면 부식토는 썩은 진흙탕이 됐다. 거머리와 흡혈파리, 모기가 우글거렸다. 이 정글에서 영국군과 일본군이 맞붙었다. 사기도 높고 정글 적응력도 좋았던 일본군에 비해 영국군은 병력, 훈련 등 모든 면에서 뒤처졌다. 이때 괴짜로 소문난 대령 한 명이 미얀마에 배치됐다. 윙게이트라는 이름의 이 대령은 병사들을 맨몸으로 정글에 내몰아 수백 마리의 모기에도 인내심을 기르도록 훈련시켰다. 고된 훈련에 실신자가 속출했지만 윙게이트는 중단하지 않았다. 이렇게 탄생한 부대 ‘친디트’는 교량과 철도를 파괴하고 기습공격을 감행해 일본군 사기를 떨어뜨렸다. 도전은 창의를 낳는다. 윙게이트의 무모한 도전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정글에서 작지만 값진 성과를 냈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