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을 남자만 탄다고요?… ‘마초 브랜드’ 女心공략마케팅 인기

동아일보

입력 2012-08-29 03:00 수정 2012-08-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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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여성 애호가들이 타고 질주하고 있다. 사진 출처 할리데이비슨 홈페이지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이달 초 열린 오토바이 전문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 주최 ‘개라지 파티(garage party)’에는 근육질의 남성 대신 수십 명의 여성이 모여들었다. 개라지 파티는 할리데이비슨이 여성 소비자를 위해서만 미국 전역에서 열고 있는 ‘잠재 소비자 초청행사’. 이날 행사장의 스크린에는 육중한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나와 잠재 고객들의 구매욕을 돋웠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마초 브랜드’들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여성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109년 역사의 할리데이비슨은 대표적으로 근육질의 35∼50세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오토바이의 육중한 몸집 때문에 여성들은 대체로 운전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의 주 고객층이던 남성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 출생)가 점차 중장년을 넘어가면서 수요가 크게 줄어 새로운 소비층 발굴이 필요해진 것. 할리데이비슨은 여성만을 위한 개라지 파티를 열어 이들에게 오토바이 타는 방법에서부터 무거운 오토바이를 쉽게 세우는 법, 오토바이를 탈 때 필요한 보호장비 사용법 등 세세한 사항까지 설명해준다. 작년 한 해에만 미 전역에서 750회 이상 개최했다. 홈페이지에도 여성 운전자를 위한 사이트를 따로 개설했다. 이처럼 노력한 결과 지난해 오토바이를 산 35세 이상의 백인 여성 중에서 65%가 할리데이비슨을 선택했다.

할리데이비슨의 북미 마케팅 담당자인 디노 버나치 씨는 “열정과 자기 표현, 자유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나타내려는 점에서는 남녀가 다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공한 남성들의 로망으로 여겨지던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셰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FT는 여성 소비자층을 공략하더라도 제품 자체의 ‘남성 DNA’를 완전히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카이엔도 포르셰사 특유의 날렵한 디자인 및 폭발적인 성능에다 주부들이 자녀를 태우고 마트에서 산 물건을 실을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제공했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다는 것.

남성용 면도기 브랜드인 질레트도 여성용 면도기 ‘비너스’를 출시하면서 마케팅 전략과 포장까지 기존 남성용 면도기와는 차이를 뒀지만 질레트에서 만든다는 것은 확실히 명기했다. 남성용 면도기 구입자의 절반가량은 남편과 아들에게 면도기를 사다주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같은 업체에서 여성용 면도기도 판매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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