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대선 ‘부산 소주전쟁’ 모두 치명상

동아일보

입력 2012-08-29 03:00 수정 2012-08-2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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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소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무학과 대선주조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상대방 광고가 과장됐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맞신고를 했다가 양쪽 모두 제재 조치를 받았다.

공정위 부산지방공정거래사무소는 28일 광고에 암반수 함유량을 거짓으로 표시한 무학에 대해 시정 조치와 함께 과징금 6800만 원을 부과하는 한편 대선주조에 대해선 제품의 체지방 감소 효과를 선전한 광고행위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무학이 2010∼2011년 창원·울산 공장에서 생산한 ‘좋은데이’ 소주 중 20.3%(7433만 병)에는 암반수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나머지 79.7%(2억9168만 병)도 암반수 함유량이 2.6∼100%로 제품마다 제각각이었다. 무학은 좋은데이를 광고하면서 ‘지리산 천연 암반수로 만든 좋은데이’라는 문구를 썼다.

공정위는 “광고를 본 소비자는 소주 한 병당 최소한 일정량의 암반수가 들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암반수 함유량이 큰 편차를 보인 만큼 이 광고는 과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선주조는 소주 ‘즐거워예’를 광고하면서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는 BCAA(발효생성아미노산복합물) 첨가’라는 문구를 썼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BCAA의 체지방 감소 효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고, 대선주조 측이 제시한 국내외 논문 3편도 체지방 감소 효과를 단정적으로 입증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선주조의 광고는 무학의 광고처럼 허위는 아니지만 객관성이 부족했다”면서 “이번 조치를 계기로 두 회사가 불필요한 비방을 지양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초 부산의 소주시장은 대선주조가 장악하고 있었지만 2000년대 말부터 무학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며 약진해 2010년부터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이에 따라 2007년 84.4%였던 대선주조의 시장점유율은 빠르게 낮아져 지난해 무학에 추월당했고 올 5월 현재 대선주조의 점유율은 31.9%로 무학(63.8%)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업체는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톱 모델을 기용하는 등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지난해 7, 8월 각각 상대 회사의 광고가 과장됐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무학은 이날 공정위 조사에 대해 “당국의 제재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문제가 된 표시문구에 대해 자진 시정 조치를 했다”고 발표했다. 대선주조는 “BCAA의 효과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을 계속할 계획”이라며 “상대 회사의 과장광고가 확인된 만큼 반사이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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