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비집고 외식 창업… 참 용감한 청년들

동아일보

입력 2012-08-24 03:00 수정 2012-08-2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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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도시락… 주먹밥… ‘20대 푸드벤처’ 바람

다이어트 도시락 ‘슬런치’의 전혜옥 대표가 저칼로리, 저염분을 테마로 한 도시락을 선보이고 있다. 슬런치 제공
외식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또 자취나 하숙 생활을 하는 20대에게 익숙한 업종이기도 하다. 최근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 ‘오가다’ 최승윤 대표 등 청년 최고경영자(CEO)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푸드 벤처’ 바람이 불고 있다.


○ 연매출 10억, 해외 진출까지

홍익대 인근인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길가에는 한 건물 건너 하나꼴로 개성 있는 인테리어의 카페나 음식점이 있다. 이곳은 홍대 바로 앞보다 임차료가 싼 편이라 유독 ‘젊은 사장님’이 많다.

22일 오전 상수동 ‘슬런치 팩토리’에서는 젊은 여성 3명이 각종 채소를 쌓아놓고 샐러드 도시락을 만들고 있었다. 분홍빛 로고가 있는 플라스틱 용기의 도시락 200여 개는 냉장시설을 갖춘 차량에 실려 고객들에게 당일 오후에 배송된다. 정리를 마친 슬런치 팩토리는 다시 여느 카페처럼 음료와 간단한 식사를 파는 곳으로 변했다.

전혜옥 대표(29·여)는 대학 친구 4명과 함께 지난해 5월 ‘슬런치’를 창업했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아 매일 신선한 다이어트 도시락을 배달하는 슬런치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금세 인기를 모았다. 처음에는 작은 사무실에서 온라인 판매만 했지만 오전에는 배달용 도시락을 만들고 오후에는 카페에서 음식을 팔자는 생각에 3월 오프라인 매장인 슬런치 팩토리를 냈다. 창업 1년 만에 연매출이 10억 원을 넘었다. 태국 업체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해외 진출도 진행하고 있다.

전 대표는 “샐러드를 먹고 싶어도 혼자 살다 보니 마트에서 채소를 사면 다 못 먹고 버렸다. 매일 신선한 다이어트 도시락을 배달해주면 나 같은 사람들이 좋아하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생각을 한 지 2개월 만에 각자 다른 직장에 다니던 친구들과 영국에 요리 유학을 떠났던 친구까지 불러들여 사업을 시작했다.

홍대 미대 출신인 전 대표는 언제 어디서나 도시락을 들고 다녀도 창피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 또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맛있으면서도 건강에 좋은 메뉴를 다양하게 개발했다.

전 대표는 수많은 청년 푸드 벤처인 중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경험’을 꼽는다. 고등학생 때 지하철역 근처 상가에서 자판기 1대를 운영하며 용돈을 벌었을 정도로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카페,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한 경험도 있다. 슬런치 창업을 마음먹은 뒤에는 “조직 생활도 알아야 사람을 쓸 수 있다”며 중소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취직해 1년간 일했다. 그는 “음식 장사가 쉬워 보여서 한 게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어서 도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맨땅에서 꿈꾸는 푸드벤처

주먹밥 브랜드 ‘웃어밥’을 창업한 20대 청년 삼총사가 거리에서 직접 만든 주먹밥을 팔고 있다. 웃어밥 제공
어느 정도 자본을 갖고 시작한 슬런치와 달리 맨땅에서 시작하는 청년 푸드벤처도 있다. 5월 지하철 이화여대역 근처 노점에서 요리사 옷을 입고 주먹밥을 파는 청년 세 명이 등장했다. ‘이대 주먹밥 청년들’로 불리는 이들은 주먹밥 브랜드 ‘웃어밥’을 들고 나온 청년 푸드벤처다.

충북 청주와 강원 강릉에서 대학을 나온 삼총사는 취업 대신 사업을 하겠다며 상경했다. “주먹밥 분야에서 ‘맥도널드’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게 목표였다. 최성호 대표(28)는 “우리는 모두 요리를 공부한 적이 없지만 주먹밥이라면 값이 싸면서도 여러 가지 응용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침에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직장인이나 대학생에게 주먹밥을 팔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화여대 앞에 자취방을 구한 뒤 오전 3시에 일어나 그날 판매할 주먹밥을 만들었다. 쾌활한 청년들이 파는 주먹밥은 명물이 됐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빌렸던 돈 500만 원을 두 달 만에 갚을 수 있었다. 웃어밥은 6월 서울시가 주최한 ‘청년창업1000’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돼 창업 지원,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길거리 장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침식사 장사를 하는 인근 상인들의 민원으로 구청에서 웃어밥 노점을 철거한 것. 최 대표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우리 매장을 갖고 사업을 할 때가 조금 빨리 온 것이라고 여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다음 달 이화여대 후문 쪽에 작은 점포를 연다. 권리금도 없는 곳이지만 스스로 페인트칠을 하며 성공을 꿈꾼다. 그는 “비슷한 꿈을 갖고 있는 친구들을 계속 모아나가는 것이 우리의 사업 확장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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