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 담았더니… 5년만에 年 70억 팔다

동아일보

입력 2012-08-13 03:00 수정 2012-08-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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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 등록 앞둔 게장 전문업체 청보 F&B

게장 전문 업체인 청보F&B는 전복장, 대하장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박종명 청보F&B 대표는 “창업 5년 만에 60억∼7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비결은 사업의 다양화”라고 말했다. 대하장은 일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청보F&B 제공
‘엄마의 마음으로.’

충북 증평의 게장 전문업체 청보F&B의 제1공장. 지난달 19일 만난 박종명 대표(50·여)는 컴퓨터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소셜커머스(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전자상거래) 업체 등록을 앞두고 각종 자료들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박 대표는 “소셜커머스 진출을 결심하게 된 데는 대학생 딸과 군복무 중인 아들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고 했다. 특히 휴가를 나오면 게장부터 찾는 아들은 맛에 대해서 까다로운 조언도 해준다고 했다. 박 대표는 “내 아이들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 것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말을 보탰다.


○ 좌충우돌 전업주부의 도전기

20여 년간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박 대표는 2007년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박 대표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 상태였다. 이때 갓 대학에 입학한 딸의 한마디가 박 대표에게 자신감을 줬다. 딸은 “엄마가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을 해 변변찮은 사회 경험 한 번 없던 그였지만 용기를 냈다. 기왕 일을 할 바엔 자신이 하고 싶은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게장을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표는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게장을 선택해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생각처럼 사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아웃소싱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그는 상위 업체들의 무리한 요구에 사업 초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부도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박 대표는 “늦게 시작한 사업이었던 만큼, 가족들에게 어려움을 티내고 싶지 않았다”며 가슴앓이하던 시절을 이야기했다.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박 대표는 ‘기본’을 고수했다. 박 대표는 “음식의 맛만 유지한다면 언젠가 일어서리란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알이 꽉 찬 암게를 구하기 위해 인천 연평도로, 싱싱한 전복을 구하기 위해 전남 완도로 떠났다. 20가지의 재료를 넣어 만든 육수도 개발했다.

고객들에게 ‘신선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여름(6∼8월)에는 게장을 만들지 않는 방법도 강행했다. 박 대표는 “게장처럼 장에 절인 음식은 여름철에 상할 가능성이 낮지만, 고객들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름에는 아예 게장 생산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여름에는 돈가스, 양념 갈비 등 육류 제품을 주로 만든다.

충북 증평군에 있는 청보F&B 1공장에서 직원들이 양념게장을 만들고 있다. 청보F&B 제공
○ 성공의 열쇠는 ‘다양화’

박 대표는 성공의 비결을 묻는 방법에 대해 ‘사업의 다양화’라고 설명했다. 청보F&B는 게장 외에도 전복장, 대하장, 자숙문어 등을 생산한다. 올해부터는 돈가스, 양념갈비, 양념갈매기살 등 축산물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박 대표는 2000년대 초반의 납 꽃게 파동을 언급하며 “식품 사업은 작은 문제 하나에도 사업 자체가 말라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해 놓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매 방법도 다양화했다. 사업 초기 TV 홈쇼핑에 주력해 오던 청보F&B는 인터넷 쇼핑몰,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활로 개척에 나섰다. 인터넷 사업은 다양한 고객들을 발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젊은층에 인기가 많았다. 박 대표는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고객들을 위해 기존 세트(간장게장 2.5kg짜리 2개, 양념게장 1kg짜리 1개)보다 작은 소규모 세트 구성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대하장의 경우 특히 일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아 일본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4억 원으로 시작했던 사업은 5년 만에 매출 60억∼7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2017년 매출 목표는 110억 원으로 잡았다. 올해 충북 증평에 제2공장을 완공한 청보F&B는 내년에는 부산에도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체명 청보(淸報)는 맑고 깨끗한 것을 널리 알린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유명한 게장 업체들이 많았지만 하나같이 단명한 이유는 바로 식품 관리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업 이름대로 깨끗하고 신선한 식품을 만들어 게장 업계에서 이름을 드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증평=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하여라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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