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레인부츠 울고… 수박 빙과 웃고… 유통업계 ‘가뭄 희비’

동아일보

입력 2012-06-26 03:00 수정 2012-06-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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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감자 등 작황 타격… 대파값 166%까지 뛰어
가뭄 길어지자 절수샤워기-수분크림 매출은 늘어


《현대백화점 부천 중동점 유플렉스 2, 3층에 위치한 영캐주얼·스포츠 매장에는 지난 주말인 23일부터 우산 300여 개가 천장에 ‘전시’됐다. 빨간색 노란색 등 원색의 우산 밑으로는 비가 내리는 장면을 연상케 하는 유리구슬까지 달렸다. 이는 이 백화점이 직원, 고객들의 뜻을 모아 마련한 일종의 ‘기우(祈雨) 퍼포먼스’다. 이 같은 인테리어는 104년 만에 찾아온 올여름 가뭄 때문에 기획됐다.》
비를 바라는 마음으로…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면서 천장에 우산을 매달아둔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 유플렉스 내부. 현대백화점 제공
중동점 유플렉스의 장필규 팀장은 “고객, 판매사원 할 것 없이 ‘비 좀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인사말처럼 주고받고 있다”며 “특히 신선식품 납품 업체 관계자들이 울상을 짓는 모습을 본 패션 매장 직원들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고 뜻을 모아 이 같은 기획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매장 직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24일부터 장화 우산 비옷 등 비와 관련된 용품을 직접 착용하면서 비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 때문에 매년 이맘때 쯤 잘 팔리는 제품들의 매출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제품의 6월 매출(1∼25일)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10% 신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온이 높을수록 잘 팔리는 튜브형 아이스크림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 반면 비가 오는 날, 또는 장마철에 잘 팔리는 콘 제품은 매출 신장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대형마트에서는 일조량이 좋아 당도가 높아진 수박과 참외의 인기가 높다. 이마트에 따르면 수박(7∼8kg) 한 개의 가격은 현재 1만3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0원가량 싸다.

반면 양파 마늘 대파 감자 등 뿌리에 물이 충분히 공급돼야 잘 자라는 뿌리작물은 작황이 나빠져 가격이 올랐다. 대파의 경우 주산지인 경기도 인근과 충청 지역에 가뭄이 지속되며 지난해보다 가격이 최대 160% 넘게 뛰었다. 바지락이 가뭄의 피해를 크게 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마트 측은 “가뭄으로 인해 민물의 유입량이 줄어들었고 이것이 무기염류의 감소로 이어져 양식 바지락의 폐사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백화점에서는 양산과 선글라스 판매가 증가하는 반면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끌었던 레인부츠와 레인코트의 매출은 부진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주요 제화 브랜드 레인부츠의 올 6월(1∼25일) 매출 신장률이 10%로, 전년 같은 기간 신장률 60%를 크게 밑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장마 기간에 접어들며 판매량이 줄어야 할 수분크림과 미스트 등 보습제품의 매출이 올 5, 6월에는 오히려 15%가량 늘었다.

환경부가 가뭄으로 인해 절수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방침을 발표하자 ‘절수제품’도 홈쇼핑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대H몰은 3월 첫선을 보인 ‘소프롱 절수 샤워기’(3만7900원)가 인터넷몰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7월부터 홈쇼핑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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