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복지공약 포기할게, 소비세 올려다오” 野에 백기

도쿄=배극인특파원

입력 2012-06-13 03:00 수정 2015-05-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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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의 일본에 대한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재정건전성 보강을 위한 배수의 진을 쳤다. 야당에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 인상안 국회통과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여당인 민주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복지공약을 모두 내던진 것. 이에 1, 2야당인 자민당과 공명당도 소비세 인상안 통과에 협조적인 자세로 돌아서며 1994년 이후 18년 만의 소비세 인상안 통과가 임박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노다 총리는 소비세 인상안 통과를 위해 여당 해체 및 정계개편 후폭풍까지 각오하고 있지만 일본의 만성 재정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의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12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노다 총리는 당정 협의, 당내 사회보장·세제일체개혁조사회 등을 잇달아 열고 야당이 소비세 인상안 협조 대가로 요구했던 복지 공약 철회를 사실상 수용했다. 2009년 총선 때 민주당 정권 창출의 핵심 공약이었던 △최저보장연금제도 창설 △75세 이상 후기고령자가 자기부담으로 보험료를 내야 했던 노인의료보험 제도를 폐지하고 무상의료제도 실시 △대기아동을 해소하기 위해 유치원과 보육원을 합친 종합아동원 설립 등과 관련된 법안 제출을 미루거나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총리의 무장해제가 이어지자 ‘거짓 공약에 정권을 도둑맞았다’며 사사건건 민주당의 발목을 잡아왔던 야당도 더이상 반대 명분을 찾기 어렵게 됐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이날 실무협의에서 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2014년 4월 8%, 2015년 10월 10%로 올린다는 민주당의 2단계 인상안에 합의했다.

노다 총리는 18, 19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15일 여야 영수회담을 열어 소비세율 인상 합의안을 만든 뒤 21일 정기국회 폐회 전까지 소비세 인상안을 마무리 짓는다는 생각이다.

노다 총리가 이번에 소비세를 인상해도 일본 재정적자는 해소되지 않는다. 2015년 소비세를 10%로 인상해도 여전히 16조8000억 엔의 재정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게 내각부 추산이다. 이에 따라 재정 건전화를 둘러싼 추가 증세 논쟁은 앞으로도 일본 정계의 ‘뜨거운 감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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