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됩시다]국제유가 급락… 국내 금융투자시장 영향은

동아일보

입력 2012-06-01 03:00 수정 2012-06-0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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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떨어져도 ‘항-화-정’은 떨떠름

국제유가가 연일 떨어지면서 원유값에 민감한 업종과 펀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학, 정유, 항공업종 등은 유가에 직접 영향을 받는 데다 유전 및 원자재 펀드도 유가에 따라 수익률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가 하락이 이들 업종에 당장 호재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상승,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다른 악재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유가보다 중국 경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유가보다 중국 경기 주목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인 배럴당 87.82달러를 나타냈다. 3월 초 배럴당 110달러에 근접했지만 5월 들어서만 17.27% 급락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때문이다.

매출액의 40%가 기름값인 항공업계는 유가 하락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환율 급등이 유가 하락 효과를 없애버린 탓이다. 항공업계는 기름값의 80∼85%를 달러로 지급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원화 가치는 하락) 지출비용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 정윤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원화 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서야 항공주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학주와 정유주도 유가 하락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유가가 떨어지면 화학업종은 원자재값 하락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정유업계도 정제 마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화학제품 값 하락과 정유업계의 재고 가치 하락 등 부정적 영향도 나타난다.

화학업종은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타면서 화학제품 값의 추가 상승이 예상될 때 가수요가 발생하면서 수익이 급증한다. 원자재인 기름값이 떨어져도 중국의 수요가 지지부진하면 제품값도 같이 떨어져 실익이 없게 된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화학, 정유, 항공업종 등은 글로벌 경기가 회복돼야 상승세를 탈 수 있다”고 밝혔다.


○ 유전펀드 무덤덤, 원자재펀드 울상

올 들어 인기를 모은 유전펀드는 원유 및 가스 판매권에 투자한다. 베트남 15-1 유전에 투자한 펀드는 예상보다 원유가 많이 생산된 데다 유가도 강세를 보이면서 연 13.62%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특히 유전펀드는 원유값이 웬만큼 떨어져도 수익률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올 1월 공모를 거쳐 상장된 ‘한국 ANKOR 유전자원개발펀드’의 목표수익률은 연 10%. WTI 기준으로 배럴당 90달러로 계산한 수익률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로 11% 정도 떨어져도 수익률은 9%대 초반을 유지한다. 다양한 헤지(위험회피)를 해둔 때문이다.

원유 관련 원자재 펀드는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원유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국내 원자재 펀드 수익률은 ―10% 내외였다. ‘삼성WTI원유특별자산 1’은 연초 이후 ―10.07%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1.09%)와 해외 주식형 펀드(2.74%) 수익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분간 원자재 펀드 수익률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유가뿐만 아니라 금, 은 등 주요 금속 가격도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원자재펀드 시장에 대한 관심도 줄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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