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내스카 축제’를 보며 가슴이 무거워진 까닭

동아일보

입력 2012-05-15 03:00 수정 2012-05-1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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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단순한 자동차 경기가 아니라 일종의 축제이자 문화 현상이었습니다.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달링턴 레이스웨이에서 열린 내스카(NASCAR·미국개조자동차경주연맹) 경주대회를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12일 메인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부터 수천 대의 차량이 주차장에 모여들었습니다.

가족 단위 혹은 친구끼리 경기장을 찾은 이들은 오전부터 자신들이 타고 온 차 앞에 천막이나 텐트를 치고 바비큐를 만들어 먹고, 맥주를 마시며 스스럼없이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려 내스카에서부터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주차장 건너편에서는 기업들의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펼쳐졌습니다. 자동차회사는 물론이고 보험, 식음료, 제약,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푸짐한 판촉물을 나눠주자 관람객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원형경기장을 367바퀴(500마일·약 800km)나 돌아야 하는 단순한 경기 방식이라 지루할 것 같았지만 다양한 커브가 있는 일반 서킷과 달리 전체 출전 차량의 움직임을 한눈에 모두 파악할 수 있고 치열한 순위 경쟁을 TV 중계를 보듯이 경기장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어 4시간에 가까운 경기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12일 열린 스프린트컵은 평균 티켓 가격이 70달러(약 8만 원) 정도로 비싼 편이었는데도 6만3000석이 거의 빈자리 없이 가득 찼습니다. 최근 10년간 내스카의 인기가 계속 감소해 관중과 스폰서가 줄고, 시청률이 하락한 것이 이 정도라면 전성기에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이런 경기를 연간 36차례나 열고, 매년 5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는 내스카는 F1(포뮬러원)과 함께 흥행이나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양대 자동차 대회로 꼽힙니다.

관중석 옆자리에 앉아 있던 대니얼 씨(34·버지니아 주)는 “5시간 운전해서 왔는데 근처에서 열리는 2, 3개 경기는 매년 직접 본다”며 “어릴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기 시작했고 어린 자녀들이 조금 더 크면 경기장에 데리고 와서 함께 즐기겠다”고 말하더군요.

즐거워하는 그의 표정을 보자 가슴이 무거워졌습니다. 국내에서 다양한 모터스포츠 행사가 마련되고 아마추어 레이싱도 점차 활성화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발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이 너무 산술적인 흥행에만 집착하고 작은 밥그릇을 서로 차지하려다 보니 경기 관람을 축제나 여가문화로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한국 모터스포츠는 올해로 탄생 25주년입니다. 작은 기념식이라도 마련해서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으면 합니다. ―미국 달링턴에서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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