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변했다… 트위터의 변질? CEO의 변심?

동아일보

입력 2012-05-02 03:00 수정 2012-05-0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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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한때 트위터에서 스타 대접을 받았다. ‘신입사원 면접 당시 한 지원자가 트친(트위터 친구)이라며 악수를 청했다’는 재미난 에피소드와 ‘마눌님(부인)의 눈치를 봐가며 술을 마신다’는 하소연까지 많은 팔로어에게 웃음을 준 그였다. 하지만 박 회장은 ㈜두산 회장에서 두산그룹 회장으로 ‘격상’되면서부터 활동이 뜸해졌다. 특히 취임 직전인 3월 27일부터 8일 동안은 아예 글을 올리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
‘트위터 전도사’로 불리던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역시 지난해 12월 17일을 마지막으로 트윗을 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2008년 7월 트위터를 시작한 뒤 한때 하루 30여 개의 글을 올리며 트위터 문화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2009년 중반부터 본격화한 국내 기업 경영자들의 트위터 사용이 주춤해지고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140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트위터가 정치선전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회의를 느끼는 경영자가 적지 않은 데다 일부는 선택적으로 자신의 글을 공개할 수 있는 페이스북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내 트위터정보 사이트인 코리안트위터닷컴에 자신을 최고경영자(CEO)로 분류해 트위터를 사용하는 기업인의 수가 지난해 10월 1500여 명을 정점으로 더 늘지 않는 추세도 뚜렷하다.


○ ‘140자의 마법’에서 풀린 CEO들


동아일보가 트위터 분석업체인 미디컴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트위터리안 CEO 6인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트위터 사용을 줄이면서도 논란의 소지가 없는 일상사나 회사 정보를 소개하는 ‘알림형’ 혹은 경영 격언을 공유하는 ‘멘토형’의 글을 주로 올리고 있었다.

2010년 1월 트위터를 시작한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주로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에 관한 글을 올리면서 팔로어의 질문에 일일이 답했지만 요즘은 모든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자제한다. 홍보업계 관계자는 “기업 CEO가 홍보실 수준에서 대처할 수 있는 것까지 일일이 대응하는 건 소모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의 팔로어 121명을 인터뷰한 바 있는 박노일 서울디지털대 교수(미디어)는 “트위터에서 ‘계급장을 떼고’ 설전을 벌이다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반면교사로 삼아 박 회장은 비난성 글은 무시하는 전략으로 트위터를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은 ‘안전한’ 경영 격언을 자주 올린다. ‘전에 다 해본 거야라는 말이 제일 잘못됐다. 아이패드 전에도 태블릿은 다 해본 것이다. 언제, 어떻게, 누가 했냐가 다른 것’이라는 그의 트윗은 219번 리트윗(추천)됐다.


○ ‘폐쇄형 SNS’로 이동하기도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무제한적인 개방성과 빠른 전파력의 위력을 경험한 CEO들은 소통의 관계를 통제할 수 있는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선호하기도 한다.

애초부터 사내 소통에만 주력하겠다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내 SNS인 ‘틱톡’에서 제한된 수의 임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주로 출장 중의 소회와 기업문화에 관한 글을 올리면 임원들이 댓글을 달아 소통하는 방식”이라며 “대부분의 글은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트위터 계정을 폐쇄한 정용진 부회장은 요즘은 친구 관계를 허락해야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페이스북을 사용하지만 예전만큼 적극적이지는 않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도 요즘은 페이스북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 분야 전문가들은 CEO들이 대중을 상대로 직접 소통하려는 노력은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SNS에 능숙한 재계 3, 4세들이 경영일선에 나서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중과 의사소통의 연결고리를 가지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병권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지나친 개방성과 빠른 전파력에 대한 우려로 친구 수를 제한하거나 특정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변형된 SNS 등을 국내 경영자들이 선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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