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이코노미’ 현장을 가다]<2>일본의 그린카

동아일보

입력 2009-01-02 03:00 수정 2016-01-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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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CO₂”일본車는 지금 친환경 충전중


《최근 일본 도쿄(東京) 아다치(足立) 구 히가시아야세(東綾瀨)의 ‘에코택시’ 주차장. 행인들은 차체에 붙은 광고 문구를 한 번씩 쳐다봤다. ‘교토의정서를 지키자’ ‘오존층을 더 두껍게’ ‘이 차는 CO₂ 저감(低減)을 최우선시 합니다’…. 실제 에코택시를 타면 환경 강의가 시작된다. 운전사는 인사를 한 후 “교토의정서를 아느냐”고 묻고선 왜 이산화탄소를 감축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설을 시작했다. 신호등에 걸려 기어를 중립에 놓자 자동적으로 엔진이 꺼졌다. 폐차할 때는 90% 이상 재활용한다고 한다. 에코택시를 운영하는 나카무라 히데키(中村秀樹) 에코시스템 사장은 “2004년 환경보호를 주제로 에코택시 사업을 시작했다”며 “당시만 해도 일본인 10명 중 9명은 ‘에코’를 경제(이코노미)로 이해했는데 요즘은 대부분 환경(에콜로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 에코에 매료된 일본

일본은 온통 ‘에코’ 열풍에 빠져 있었다. 실제 일본은 올해부터 이산화탄소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교토의정서 대상 국가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사업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가전매장에는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제품’이라는 녹색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거리에는 ‘에코 백’이라고 씌어진 장바구니가 보였다. 신문이나 TV 광고뿐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도 온통 에코 관련 내용이었다.

에코 열기는 지난해 12월 11∼13일 도쿄 내 국제전시장인 빅 사이트에서 열린 ‘에코 프로덕트 2008’ 박람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전, 식품, 생활용품 등을 생산하는 750개 일본 기업이 참여해 자사(自社)의 친환경 제품을 소개했는데 17만여 명이 다녀갔다. 2007년보다 참가 기업체는 19%, 관람객 수는 3%가 늘었다.

특히 자동차 부스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3사는 이날 전시회에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그린카’를 선보였다. 에코택시가 일반인의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일본의 대형 자동차 회사들은 그린카를 개발해 환경보호에 나서는 셈이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분야에서 일본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카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연료소비효율(연비)이 높고 배출가스가 적은 친환경차를 뜻한다. 현재 개발되는 추세는 ‘클린 디젤차 및 하이브리드차→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 순서다.

호주의 자동차 회사인 홀덴은 미래의 주력 차량을 예측하며 2020년에 하이브리드차가 일반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보다 많아지고, 2030년에는 전기차 및 연료전지차가 50% 이상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 치열한 그린카 경쟁

닛산은 에코 프로덕트 2008 박람회장에서 전기차와 관련된 미래를 모형으로 만들어 보여줬다. 도우미는 “주차장마다 전기충전소가 있어 손쉽게 전기를 충전할 수 있고 배기가스가 없는 만큼 도시의 공기가 한결 맑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모형은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닛산은 2008년 11월 요코하마(橫濱) 시와 파트너십을 맺고 ‘요코하마의 이산화탄소를 현격히 줄이는’ 실험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닛산은 2010년 요코하마 시에 상용 전기차를 대거 선보이기로 했다. 또 교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정체를 줄이는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만들 예정이다. 요코하마 시는 전기차를 사는 시민에게 세금 혜택을 주고 전기충전소를 확충하며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역할을 맡았다.

히로타 도시오(廣田壽男) 닛산종합연구소 연구원은 “닛산은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차를,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및 연료전지차를 생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앞으로 그린카가 닛산의 주력 제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요타와 혼다는 이미 하이브리드차를 선보이면서 그린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도요타는 1997년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를 선보인 이후 줄곧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 세계에서 매년 100만 대 이상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하고, 2020년까지 세계에서 판매하는 전 모델에 하이브리드차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혼다 역시 1999년에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인사이트를 발표했고, 2008년 6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체제에 돌입했다. 2008년 3개년 중기계획을 발표하며 “환경 분야에서 혼다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나카니시 다카키(中西高樹) JP모간증권 조사부장은 현지 언론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일본 자동차 산업계 역시 감산 및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투자는 경제위기에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일본 국민과 정부의 후방지원

일본 자동차는 뒷면 유리창에 연비 기준 달성 여부를 보여주는 스티커 외에 또 하나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저(低)배기가스 수준을 나타내는 스티커다. 별 하나부터 4개까지 있는데 별이 많을수록 배출가스를 적게 뿜는다는 의미다.

닛산의 영업사원인 후지타 준코(藤田順子) 씨는 “일본인들은 환경에 관심이 많다 보니 차를 살 때 배기가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꼼꼼히 살피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그린카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구입자에게는 휘발유차 대비 취득세를 2.2% 깎아주고 휘발유차와 차이 나는 금액의 50%를 지원한다. 하이브리드차는 동급 휘발유차보다 평균 500만 원 정도 비싸다. 또 구매 후 1년 동안 자동차세도 50% 할인해준다.

일본 정부는 또 ‘차세대 저공해차 기술개발사업’ 등 각종 사업을 통해 1998∼2012년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그린카 기술 개발에 1060억 엔(약 1조5394억 원)의 지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도쿄=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세계 하이브리드차 경쟁 가속

“도요타-혼다를 추격하라”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가 육상 이동수단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현재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는 그린카는 하이브리드차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2007년 세계적으로 판매된 하이브리드차는 51만여 대. 2006년에 비해 37% 늘었다. 미국에서 약 50%, 일본에서 약 40%가 팔렸다. 2010년에는 도요타자동차가 100만 대, 혼다자동차는 50만 대를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럽 자동차회사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연료소비효율을 높이기 위해 ‘클린 디젤’에 승부수를 던졌다. 따라서 유럽은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부진한 대신 디젤차가 많이 팔린다. 현재 유럽에선 디젤차가 전체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1∼6월) 유가가 폭등하고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유럽도 디젤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점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고 그 뒤를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추격하는 상황이다.

후발주자들은 제휴를 통해 개발비용을 줄이면서 위험을 낮추고 있다. 독일 다임러는 미국 GM과 손잡고 하이브리드차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BMW까지 가세해 3사는 소형에서 대형 모델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 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포드는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100개 가까운 특허를 취득했다. 하지만 700개가 넘는 특허를 가진 도요타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아 현재 엔진과 모터 분야에서 도요타와 협력하고 있다.

한범석 자동차부품연구원 박사는 “한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하이브리드차 시제품 개발에 성공할 정도로 기술력이 높지만 배터리나 모터 등 핵심 부품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2007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하이브리드차 기술 수준은 일본의 75% 수준”이라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글 싣는 순서::

1. 덴마크 베스타스(풍력발전)

3. 미국 다우코닝-헴록(태양광 소재)

4. 오스트리아 뮤레크SGG(바이오디젤)

5. 네덜란드 필립스(발광다이오드)

6. 일본 파나소닉(가전제품 재활용)

7. 미국 IBM(그린 정보기술)

8. 독일 바이오노드(바이오에너지)

9. 스위스 미네르기(친환경 건축)

10. 캐나다 발라드-영국 카본트러스트

(수소연료전지, 탄소배출권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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