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륙도요타하이브리드차‘프리우스’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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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7-15 02:51 수정 2009-07-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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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앞서가는 차가 승리한다” 환경경영 비전 보고 과감한 투자 전세계 판매량 90%… 시장 독식 《“프리우스 웨이팅리스트(구입 대기자 명단)가 우리 딜러숍(판매상)에만 60명이 넘어요. 500달러를 예탁하고, 6개월∼1년은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근교 버지니아 주 매나사스에 사는 제니 슈나이더(33·여) 씨는 14일 휘발유 값 부담을 견디다 못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팔고 하이브리드 차를 사려고 판매상을 찾았다.》 하이브리드 차의 대명사처럼 통용되는 도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를 사려고 물어보니 길게는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게다가 '제조자 제시 소매가격'(MSRP)에서 할인을 해주거나 할부 금리를 싸게 해주는 관례와는 달리 MSRP보다 더 비쌌다.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지난달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의 신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 28%, 36% 떨어졌다. 도요타마저 2% 감소하는 등 미국 자동차 시장이 1980년 이래 가장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차만은 예외다. 특히 프리우스는 미국 일부 지역에선 1년 된 중고차 값이 구입까지 상당 기간 기다려야 하는 새 차에 맞먹을 정도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일정 연도에 출시한 차에 대해 세금 및 고속도로 다인승 전용차선 운행 등 각종 혜택을 주는 지역에선 중고차 값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2020년에 자동차 시장의 3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유엔 추정치)되는 전세계 하이브리드 차 시장은 현재 도요타가 판매량의 90%를 차지하고, 그 가운데 프리우스의 비중이 70%에 달하는 등 하이브리드 열풍의 열매는 대부분 도요타가 독식하는 형국이다. ▽비전경영의 열매=1994년 도요타 경영진은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선 연료소비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새로운 개념의 차를 만들어야 한다"며 신차 개발에 나섰다. 100가지가 넘는 디자인을 검토하고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1997년 첫 하이브리드 차를 일본 국내 시장에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이 뜨겁지는 않았지만 경영진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대규모 투자를 계속했다.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는 게 관건이었다. 미국 유럽 회사들도 미래를 대비하지 않은건 아니었다. 1990년대 초반 불어 닥친 환경 열풍 속에 미국 회사들은 수소연료전지(fuel cell) 차 개발을 목표로 정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수소연료전지 차 쪽에 관심을 뒀다. 유럽 회사들은 디젤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봤다. 하이브리드를 택한 도요타에 대해 '위험한 선택'이란 지적도 많았다. 하이브리드는 기술공학적 관점에서 보면 엔진과 모터가 모두 필요해 효율적이지 못한, 과도기적 기술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 차 개발이 너무 높은 제작비와 수소 충전소 확충 등의 벽에 부닥쳐 지지부진한 사이에 도요타는 기술력을 높이면서 수많은 하이브리드 관련 특허를 따냈다. ▽앞서가는 선발주자, 허덕대는 후발주자들=도요타는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프리우스의 모델을 변경했고, 내년에는 3세대 하이브리드 차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프리우스 개발에서 습득한 기술을 이 회사의 대표 차종인 캠리와 자매브랜드인 렉서스 등으로 확대 적용해 10개 차종을 내놓고 있다. 도요타는 태국과 호주에 공장을 짓고 '캠리 하이브리드'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주엔 SUV 생산기지용으로 건설하던 미국 미시시피의 신공장을 하이브리드 생산라인으로 바꿨다. 2010년엔 지금의 니켈-금속 하이브리드 배터리보다 가볍고 힘이 강한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더불어 2030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한 차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100여 명 규모의 연구개발(R&D)팀을 지난달 발족시켰다. 현재 도요타의 고민은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생산능력이다. 도요타는 일본 파나소닉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는데 배터리 생산능력 증설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단가가 높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상 도요타가 투자비 대비 수익분기점을 넘어섰는지에 대해선 동종 업계에서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는 동급 휘발유 엔진 전용 차량보다 판매가격이 최소 5000달러 이상 비싸다. 도요타 하이브리드 기술은 시내에선 연비가 뛰어나지만 고속도로에선 상대적으로 연비가 떨어지는 점도 지적된다. 정비, 폐차시 환경문제 등도 제기된다. 1999년 하이브리드 차 '인사이트'를 내놓았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한채 연료전지 쪽에 집중했던 혼다자동차도 최근 하이브리드 경쟁에 다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도요타와의 간격은 크다. 포드는 도요타 하이브리드 방식을 도입해 소형 SUV인 에스케이프 차종에 하이브리드를 출시하고 있다. GM과 다임러벤츠, BMW 등도 뒤늦게 하이브리드 경쟁에 나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가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경쟁에 본격 뛰어드는 건 2010년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통상전문가는 "프리우스의 가격 대비 품질 등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한뒤 "그럼에도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 시장 선점은 그린컴퍼니로서 주도권을 쥐려는 과감한 투자, 환경문제에 대한 경영진의 비전 등이 복합돼 결실을 맺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하이브리드 차:: 석유를 쓰는 엔진과 자체 충전되는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한다. 출발·저속 운전시엔 모터를, 고속에선 엔진을 쓴다. 전기자동차는 외부 충전이 필요해 밤에 집에서 충전을 해야 하지만, 하이브리드는 감속 등으로 엔진의 힘이 남을때 모터가 발전기로 작용해 배터리를 충전해준다. 프리우스(1.5리터 110마력 4실린더 엔진 기준)의 경우 미 환경청 공인 연비가 리터당 시내는 20km, 고속도로는 19k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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