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아우디Q7'통영욕지도-장성백양사드라이브

Array

입력 2007-01-18 03:00 수정 2009-08-01 01:3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사천왕문을 통해 들여다본 전남 장성군 내장산 국립공원의 백양사 경내.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 동그라미 네 개를 병렬로 중첩시킨 특이한 엠블럼으로 눈을 끄는 독일 차 아우디가 1세기 넘게 붙들고 있는 화두이자 철학이다. ‘기술=진보’. 두말하면 잔소리 같은 이 뻔한 등식이 자동차 명가 아우디의 철학이자 역사라니. 그러나 속단은 금물. 이것이 109년 전, 아우디 창업 당시의 생각이었다면 그 평가는 달라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지난 1세기 자동차의 진보 역사를 직접 써 온 아우디의 역사 그 자체이므로. 나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력은 보잘것없다. 13년간(1992∼2005년) 갤로퍼 쇼트보디(파트타임 4WD)에 이은 산타페CM(풀타임 4WD)이 전부. 65마력짜리 재래식 디젤엔진에 13년이나 길들여진 초짜 오프로더에게 출력 두 배의 첨단 디젤엔진인 산타페CM의 파워와 퍼포먼스는 혁명적일 수밖에. 그런데 지금 내 손에 쥐어진 아우디Q7은 그 차보다 출력이 세 배나 되는 고성능 ‘머신’. 세상에서 가장 럭셔리한 프리미엄 SUV다. DOHC V8(4.2L)의 350마력 휘발유 엔진. 350마력이라.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 괴력. 느낄 방법은 오로지 달려보는 것인데 설명서부터 읽자. 5m가 넘는 중량 2.2t의 육중한 거구를 7.4초 만에 100km로 달리게 할 힘이란다. 7.4초라면 책상 위 전화기 벨이 두 번 울린 다음 세 번째 울리기 시작할 때까지의 짧은 시간. 그 힘이 어렴풋이 가늠되면서 흥분과 고민이 동시에 시작됐다. 이 준마를 끌고 어디로 갈지.》 ○ ‘콰트로’ 성능 테스트 & 남도 맛기행 5일 새벽. 정해년 첫 주말의 기상예보는 험했다. 대설주의보에 강풍, 강추위까지. 금요일인 5일 하루만 쾌청. 그날 나와 아우디Q7은 경남 통영의 욕지도를 향했다. 350km쯤 고속도로 주행으로 로드테스트를 할 겸, 또 들고남이 복잡한 통영과 욕지도의 일주해안도로에서 아우디의 자랑인 콰트로(아우디가 개발해 승용차에 탑재한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 성능도 살펴볼 겸. 그러나 이건 공식 명분이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제철 만난 향긋 달큼한 통영 굴과 얼큰 시원한 물메기 탕이 생각나서다. 이 겨울 어물천국 통영에 가면 온갖 싱싱한 해물과 해초를 싸게 그리고 실컷 맛보니 아우디Q7의 성능테스트란 훌륭한 핑계감이다. 오전 7시 대전통영고속도로. 마치 대통령 행사 길처럼 도로는 한산했다. 주중의 이른 아침. 드라이빙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아우디Q7과 처음 대면한 순간, 차 스스로 오프로드를 원하지 않음을 알아챘다. 아우디A6 아우디A8 등 콰트로 시리즈의 아우디 프리미엄 세단과 같은 개념의 외관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Q7의 보디라인은 쿠페를 지향했으니 그 느낌은 당연지사. 뭐랄까. ‘맨유’의 박지성이 깔끔한 비즈니스 슈트 차림으로 인터뷰할 때 보였던 신선함 같다고나 할까. ○ 네 바퀴의 힘과 회전 절묘한 조화 통영 미륵도의 산양일주도로에서 보여준 아우디Q7의 퍼포먼스.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아우디 철학의 본령이 콰트로에 집약됐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던 아우디 마니아를 이해하게 됐다. 적당한 속도에서 이뤄지는 부드러운 주행과 코너링, 차축을 통해 순간순간 네 바퀴에 제각각 배분되는 힘과 회전의 조화가 그 열쇠다. 민감한 운전자라면 그때 생겨나는 강한 지면접착력도 느껴야 한다. 이 모든 결과는 탑승자에게 ‘편안함’이라는 단 세 글자로 요약된다. 이런 차는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당장 이 차에서 내린 뒤 평범하고 소탈한 내 차를 탈 일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나의 통영 여행길에는 ‘참새 방앗간’이 하나 있다. 서호시장이다. 여객선터미널 건너편에 있는 재래시장인데 통영은 물론 거제의 상인과 식당주인까지 예서 장을 볼 만큼 먹을거리가 많은 곳이다. 큰 쟁반에 담은 갓 잡은 가자미가 열두 마리에 만 원. 큰 물통에는 새벽에 잡혀 온 물메기가 뻐끔뻐끔 큰 입을 벌리며 멀뚱멀뚱 큰 눈으로 세상을 구경하고 있다. ‘몸뻬’ 위로 가슴까지 오는 긴 장화 신고 동지섣달 추위에도 물가로 나간 할머니가 힘들여 따 온 파래며 물미역 톳이 한가득 쌓여 있고, 섬 양지녘에서 막 뜯어 온 달큼한 시금치도 그 틈새에 놓여 있다. 억센 ‘갱상도’ 말씨의 ‘통영 아지매(통영 아줌마)’가 기차 화통 삶아 먹고 내는 듯 목청 높여 손님 부르는 그 소리도 좋고, 진창 바닥의 모판 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장국 말아 훌훌 들이켜는 상인들의 걸쭉한 아침 식사 광경도 아름답다. 이 시장에서 언제나 느끼는 그런 건강한 힘. 그것은 오전 3시 반부터 시장 안 시래기 국밥집을 메우는 부지런한 어민의 텁텁한 모습에서, 엄동설한 찬기운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물전 바닥에 좌판 차리고 생선 다듬는 촌로의 억척에서 온다. 옹색한 장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추위, 졸음, 시장기 모두 물리치고 매일 아침을 힘차게 여는 억척 통영 아지매의 막강한 힘. 나는 그 기운에 힘을 얻어 타성에 젖은 내 일상의 안팎을 뒤집는다. ○ 눈터널 지나 고요한 산사 속으로 귀경길. 대설주의보가 내린 전라남도를 향해 내달렸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백양사(장성군 북하면)를 찾아서다. 세 살배기 어린애의 손바닥처럼 앙증맞은 아기단풍과 아름다운 갈참나무 숲이 터널을 이룬 길로 이름난 이곳. 거기에 눈이 내린다니 예의 그 호기심이 발동했다. 게다가 든든한 아우디Q7까지 곁에 있으니 걱정이 없었다. 핀란드의 라플란드(북극권 동토지역) 설원에서 눈길 성능 테스트를 마친 콰트로에 대한 무한 신뢰가 그 바탕임은 물론이다. 통영에서 장성까지는 250km. 눈 소식에도 불구하고 남해고속도로는 쾌청했다. 하동을 지나 순천 땅. 먹장구름 아래서 눈발이 흩날리더니 백양사에 다다를 즈음에는 싸락눈이 함박눈으로 변했다. 백양사 요금소를 나서자 장성호가 펼쳐졌다. 호반을 달리다가 숲 터널로 빠져든다. 눈 덮인 백양사 일주문 앞에 다다랐다. 승속의 경계인 이곳. 경내까지 이어진 기나긴 길은 양편에 줄지은 나무의 가지가 잇닿아 터널을 이룬다. 그 위로 함박눈이 내리고, 그 눈에 나무 터널은 눈 터널로 바뀌고 있었다. 조용한 절간.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라면 허풍일까. 그런 정적 가운데 작은 소음이 들려온다. 한 스님의 싸리비질 소리다. 속세의 여객은 눈을 피하느라 부산한데 도량의 학승은 이 길로 올 누군가를 위해 부지런히 눈을 쓴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정진하고 기도하는 스님들의 삶. 그 아름다운 모습을 나는 그날 눈 내리는 백양사 경내에서 보았다. 눈처럼 하얀 세상. 우리 모두가 바라는 그 세상 아닐까. 통영·장성=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찾아가기=호남고속도로∼백양사 나들목∼지방도 15호선∼국도 1호선∼장성호∼북하면∼약수천 삼거리∼백양사 진입로 ▽맛집=장성에 가면 ‘장삼식당’에 들러 추어탕(5000원)과 비빔밥(6000원)을 맛보자. 59년째 한자리를 지키는 흔치 않은 식당. 변한 것이라면 창업주 차연준(86) 씨 대신 대물림한 며느리 최주호(54) 씨가 음식을 낸다는 것과 전화번호뿐. 차 씨는 현재 식당에서 산다. 장성군청에서 광주 방향으로 50m쯤 거리의 국도 1호선 길가. 음식은 모두 직접 담근 장으로 맛을 낸다. 일요일은 쉰다. 061-393-2003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