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사는남입니까”…시민단체토론회서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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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06-24 03:09 수정 2009-08-01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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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시민단체인 선진화국민회의 주최로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현대자동차의 미래를 위한 제언’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현대차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시스템 경영을 강화하고 노사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대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정몽구 회장 구명운동까지 반대하는 것을 보면서 현대차 노사는 대립을 넘어 적대관계로 치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몰락하고 있는 GM처럼요. 빨리 돌아서지 않으면 모두 공멸할 겁니다.”(김대모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떳떳하지 못한 현대차 사측은 노조에 약점이 잡혀 끌려 다닙니다. 이렇게 해서는 회사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 “오너에게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문화가 현대차 사태를 야기한 측면이 있습니다.”(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대 교수)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시민단체인 선진화국민회의(공동상임위원장 박세일 이명현 이석연) 주최로 교수 및 자동차 분야 전문가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미래를 위한 제언’ 토론회가 열렸다. 3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현대차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경영시스템과 노사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 교수는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은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경영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선임 과정을 투명화하고 경영감시체계를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도 사전 감독을 통해 대형 악재가 터지지 않도록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사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라는 당부도 나왔다. 김 교수는 “선진화국민회의 홈페이지의 토론방에 실린 노조의 글에 대해 사측이 보낸 해명 자료를 보니 회사 상황이 이해됐다”며 “왜 노사가 직접 대화하지 못하고 시민단체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문호 한국노동혁신연구소장은 “현대차 노조는 사측에 달라고 요구만 하고 사측은 ‘이만큼 줄 테니 이만큼 하라’며 서로를 거래상대로만 본다”면서 작은 일부터 서로를 배려하는 데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을 촉구했다. 이 소장은 “독일 월드컵에서 토고 선수가 한국 선수의 다리를 주물러 주는 모습이 큰 감동을 줬듯이 현대차도 제도나 틀을 급격히 바꾸기보다는 노사가 서로에게 감동을 주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야구에서 안타나 번트 등 작은 기회를 활용해 꾸준히 득점을 이어나가는 ‘스몰볼’처럼 현대차에도 ‘스몰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진화국민회의는 토론회를 마치며 발표한 성명서에서 △현대차가 시스템 경영을 정착시키고 △후계자의 경영능력이 검증되는 경우 경영권을 상속하며 △사외이사를 전면 교체해 투명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회사의 사업 기회를 가로채 조성한 재산은 회사에 반환해야 하는 만큼 사회에 헌납하기로 한 1조 원은 연구개발 비용으로 활용할 것도 제안했다. 또 사측은 노조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노조도 지나친 임금 인상 요구와 연례적 파업에서 벗어날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정몽구 회장이 석방돼 그룹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의 선처를 요청했다. 다만 “현대차가 변화와 혁신 없이 경영위기만을 호소해 정 회장을 석방하려는 것은 국민을 실망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모든 구성원이 뼈를 깎는 개혁과 반성을 통해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화국민회의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달성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하자’는 취지로 올해 4월 각계 인사 2000여 명이 참여해 만든 시민단체다. 이 단체의 서 사무총장은 올해 3월 울산 현대차 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현대차 노조에 대해 고통분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몇 년간 임금을 동결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현대차노조 내주 파업예고▼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박유기)는 올해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23일 조합원 4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노조는 지부별 투표함을 울산공장의 노조 본부로 옮겨 개표할 예정이어서 투표 결과는 24일 오전에 나온다. 노조는 찬성 의견이 많으면 26일부터 부분파업 등 쟁의행위를 시작할 예정이다. 노조는 이에 앞서 19일 울산공장 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대의원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쟁의 발생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노사는 지난달 9일부터 임금 12만5524원(기본급 대비 9.10%) 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의 노조 요구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회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아 결렬됐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임단협 결렬과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19년 동안 한 해(1994년)를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벌였다. 총파업 일수는 302일, 차량생산 차질 대수는 93만1994대(손실액 8조9401억 원)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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