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를74원에낙찰?"…‘유일價경매’적법성싸고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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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09-29 17:27 수정 2009-08-0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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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쓰지 않은 가격을 부른 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이른바 ‘유일가(唯一價) 경매’. ‘헐값에 벤츠도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28일 서울지검 컴퓨터 수사부가 고가 물건을 놓고 입찰 신청을 받은 뒤 회사 직원에게 낙찰, 2억7000여만원을 챙긴 L사 대표 허모씨(37) 등 3명을 사기혐의로 구속하면서 이러한 경매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기가 아니더라도 판매방식이 ‘경매’가 아닌 사실상 ‘추첨’에 가깝고, 응찰자는 의무적으로 ‘입찰 참가비’ 2000원을 내기 때문에 복권영업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현행법은 국가가 허가하지 않은 민간 사업자는 복권 영업을 못하도록 돼 있다. ▽유일가 경매란=물건 구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입찰 참가비 명목으로 2000원을 낸다. 그 다음 임의로 정해진 액수 범위(예: 물건 값의 0.1%) 내에서 로또 번호를 찍듯 1원 단위로 가격을 적어 낸다. 그 결과 응찰자가 써 낸 가격이 아무도 쓰지 않은 유일한 가격일 때 그 사람에게 물건을 판다. 입찰금액(예: 1만2340원)은 물건을 받으면서 지급하면 된다. ‘입찰금액’을 당첨번호로 사용할 뿐, 게임 방식은 로또와 사실상 비슷하다.
6980만원짜리 벤츠 M클래스가 최저 1원, 최고 10만원? 유일가 경매는 겉으로는 ‘대박’인 것 같지만 수십만분의 1의 경우를 나 혼자만 맞혀야 하는, 일종의 복권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태=유일가 경매방식은 올해 2월 M사가 첫선을 보인 이후 유사 사이트가 늘면서 네티즌의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회사원 김모씨(35)는 ‘몇 만원에 RV 승용차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담긴 배너광고를 보고 고급승용차 유일가 경매에 입찰했다. ‘차 값이 6000여만원이므로 그보다 적은 액수로만 베팅하면 차를 싸게 살 수 있다’는 계산에 그는 모두 2000만원을 입찰비로 썼다. 그러나 승용차는 사지 못했다. 회사원 하모씨(30)도 고급승용차를 낙찰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최근 3개월여간 300여만원을 날렸다. 박모씨(27)는 하루도 빼지 않고 하루 1만원씩을 입찰 참가비로 내고 있다.
‘벤츠 74원, 쏘렌토 34원.’ 복권 당첨자나 다름없는 실제 낙찰자를 내세운 이 같은 배너광고가 수많은 네티즌들을 유혹해왔다.
BMW 쏘렌토 싼타페 등의 승용차를 놓고 1주일간 경매에 부친 L사 사이트에는 26일 총 23만2260건의 입찰이 접수되면서 4억5000여만원의 자금이 몰렸다. 7월초 서비스를 시작한 S사 등 5, 6개 업체에도 ‘대박’을 노리는 응찰자들이 몰리고 있다. ▽업계와 법조계 논란=해당 업체들은 “유일가 경매는 다양한 인터넷 쇼핑형태 중 하나”라고 반박한다. M사 관계자는 “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법무법인 두 곳에 자문했고,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또 “1인당 입찰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엔 입찰이 무제한이었던 사이트들도 최근 1인당 하루 입찰 건수를 150∼300회(하루 최고 60만원)로 제한했다. 법조계에서도 이를 복표(복권) 사업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는 복권을 ‘특정 표찰’로 규정해 실물이 없는 인터넷 입찰 참가권을 복권으로 보기 힘들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 이창세(李昌世) 부장검사는 “사기혐의와는 별도로,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유일가 경매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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