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서핑-○○만들기… 설레는 ‘한여름 낮의 꿈’

김기윤 기자 , 조종엽 기자

입력 2019-07-15 03:00 수정 2019-07-1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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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까talk]‘원데이 클래스’가 뜬다

서핑 원데이 클래스 초급반 수업에 참여한 직장인들이 ‘지상 교육’ 과정 중 서프보드 위에서 중심을 잡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제주 바구스서핑스쿨 제공
《“피아노 한 곡쯤은 하루 만에 완성한다?” “수영은 잘 못해도 하루 만에 서핑한다?” 짧은 시간을 투자해 효율적으로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하루 만에 특정 분야를 배우는 수업)가 뜨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짧게는 2시간부터 길게는 5∼6시간 동안 자기계발을 하는 동시에 소소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데이 클래스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2030 직장인들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정기휴가를 이용하기보다는 평일 반차나 주말 시간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KTX, 저비용항공 등 교통수단의 발달로 원데이 클래스 생활권은 전국 단위로 확장하는 추세를 보인다.》
 
원데이 클래스에서 연주하는 직장인. 원더뮤직 제공
회사원 이희찬 씨(32)는 최근 ‘피아노 1곡 완성’ 원데이 클래스에 등록했다. “살면서 한 곡쯤은 피아노로 자신 있게 연주하고 싶다”는 그만의 버킷리스트 때문. 평소 그가 좋아하는 이루마의 ‘Kiss the Rain’을 2시간 동안 배운 그는 연습을 거쳐, 편곡된 1분 분량의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어렸을 때 잠시 피아노를 배운 게 전부라 한 곡을 연주하는 게 가능할지 걱정했는데, 쉬운 버전의 곡을 연주하면서 소박한 꿈을 이뤘다”고 했다. 자신감을 찾은 그는 다음 단계의 클래스에 등록해 다른 곡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음악에 대한 기초가 없는 사람도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다. 시간에 따라 2만 원에서 5만 원까지 가격 부담도 적은 편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피아노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는 최보경 씨(28)는 “처음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도 손가락마다 번호를 기입해 양손 연주가 가능하도록 가르친다”며 “보통 3분이 넘는 곡을 1분 내외로 쉽게 편곡하면 누구든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수강생의 90% 이상인 20, 30대 직장인들이 주로 평일에 찾아온다. 갑자기 연주해야 하는 사람보다는 연주하고 싶은 곡을 들고 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서핑 붐을 타고 강원 강릉과 양양, 울산, 제주의 당일치기 서핑 클래스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양양 ‘서프 오션스’에서 서핑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는 곽성태 씨(42)는 “수영을 못 하는 사람도 안전한 지역에서 이론, 지상, 실전 교육을 통해 2시간이면 서핑보드에 서도록 가르친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KTX를 타고 오는 수강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에서 서핑을 배우기 위해 양양을 찾은 이정호 씨(33)는 “완벽하진 않지만 평생 꿈꿔 왔던 서핑에 도전한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지방에 위치한 사찰도 쉽게 갈 수 있게 되면서 당일 체험형 템플스테이도 확대되는 추세다. 사찰 탐방을 비롯해 사찰음식, 108배 교육 등 당일 템플스테이를 운영 중인 통도사(경남 양산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코스의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통도사 관계자는 “경북, 경남권의 젊은층을 비롯해 수도권에서도 직장인들이 하루 동안 사찰을 탐방하고 불교를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인기 있다”고 설명했다.

원데이 클래스의 종류는 세분되고 있다. 플라워 케이크 만들기, 캔들 만들기, 캘리그래피 등 기초 지식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는 분야부터 작곡, 디제잉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수업도 많다. ‘원데이 클래스 중독자’라고 밝힌 한 직장인은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매주 ‘도장 깨기’ 하듯 새로운 클래스에 참여하면서 회사에서보다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현재 취미 애플리케이션 ‘프립(Frip)’과 ‘탈잉(Taling)’에서는 수십 개의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효율적으로 성취감과 재미를 찾으려는 2030세대의 특징과 맞닿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는 긴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필요한 분야만 취사선택해서 배우려는 세대의 특징이 녹아 있다”며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원데이 클래스 등 자기계발 열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에서 여가 사용을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소소한 성취감을 찾으려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유럽, 미국에서는 ‘퇴근 후 1시간 그림 그리기’처럼 일반인이 참여하는 예술, 스포츠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윤 pep@donga.com·조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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