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투얼로지] 태고의 신비와 자연의 비경 품은 ‘울주의 봄’

김재범 기자

입력 2018-04-19 05:45 수정 2018-04-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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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로 떠오르는 해돋이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울주 간절곶 공원 해안가 길을 걷고 있는 여행객들(위쪽)과 선사시대 각석과 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는 천전리 계곡. 연록빛으로 물이 오른 신록의 싱그러움과 계곡물이 어우러져 마치 무릉도원같은 정취를 자아낸다. 울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신록 물든 반구대 암각화의 신비
해돋이 명소 간절곳서 소원 빌고
서생포 왜성 봄꽃 파노라마까지
내달 국내 최대 옹기축제도 열려


“울진이 아닙니다. 울주입니다.” 취재길에 만난 군의 지역관광 담당자는 대뜸 군 이름부터 거듭 확인했다. 2018년 3월 현재 인구 22만여 명. 울산광역시 서부에 있는 울주는 군 단위 지자체 중 유일하게 인구 20만 명을 넘을 정도로 큰 곳이다. 하지만 관광 담당자가 노파심에 확인할 정도로 ‘관광 브랜드’로 울주는 이미지가 크게 선명하지 않다. 오히려 군에 속한 언양이나 온양이 불고기나 온천으로 명성이 높지, 아직 울주 자체를 여행 ‘버킷리스트’에 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울주로선 이런 세간의 평가가 억울할만하다. 서쪽에는 가지산과 신불산 등 산세 수려한 일곱 산이 모인 ‘영남 알프스’가 있고, 동쪽 해안에는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간절곶이 있다. 내륙에는 서생포 왜성과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있다. 의욕적으로 육성하는 지역문화축제 ‘울산옹기축제’도 있다. 예전에는 접근성이 좀 떨어졌다지만, 요즘은 KTX로 서울역에서 2시간10분 대에 울산역에 도착한다.

한 지역에서 산과 바다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고, 역사유적과 먹거리 등 여행의 재미도 고루 접할 수 있는 걸 생각하면 울주는 확실히 ‘저평가’ 된, 그래서 앞으로 더 탐구할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반구대 암각화. 울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봄날의 황홀한 신록, 반구대 암각화와 간절곶 공원

가지산 사계, 신불산 억새 평원, 파래소 폭포, 작괘천, 대운산 내원암 계곡, 선바위, 반구대, 간절곶 일출. 울주의 매력을 상징하는 ‘울주 8경’이다. 만약 8경을 모두 돌아보기 어렵다면 요즘 같은 봄날에 반구대와 간절곶을 추천한다.

거북이가 엎드린 모양이어서 이름이 붙은 반구대는 국보 285호인 암각화가 있다.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변 절벽에 너비 10m, 높이 3m 크기로 있는 암각화는 신석기시대부터 만들어진 고래 물개, 거북 등의 바다 동물과 호랑이, 사슴 멧돼지 등의 육지 동물, 그리고 이것을 수렵하는 사람 모습이 남아 있는 귀한 유적이다.

반구대는 암각화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그곳까지 가는 숲길이 너무 수려하다. ‘신록(新綠)이라는 단어가 이런 것을 말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연두빛 수채화 물감으로 곱게 그린 듯한 숲과 산자락이 싱그럽다. 암각화 앞을 수줍게 흐르는 대곡천 물에 비친 푸른 숲의 반영도 일품. “숲 색깔이 너무 황홀하네”라는 동료 기자의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반구대 암각화를 볼 때는 인근 천전리 각석을 묶어서 같이 돌아보면 좋다. 국보 147호인 천전리 각석에도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에 걸쳐 바위에 새긴 그림과 글을 볼 수 있다. 각석이 있는 천전리 계곡에는 공룡 발자국 화석도 있는데, 물속 잉어떼를 보면서 계곡에서 발자국 화석을 찾아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간절곶은 매년 1월1일이면 일출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들면서 유명세가 높은 곳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완만한 구릉을 따라 하얗고 빨간 등대와 조각상, 풍차, 거대한 소망우체통 등이 여유롭게 자리잡고 있다. 공원 앞길은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마음 편히 걸어다니면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서생포 왜성. 울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눈앞에 열리는 자연 파노라마, 서생포 왜성

간절곶 인근의 진하 해수욕장은 완만하게 휘어지는 넓은 백사장과 송림, 그리고 해변 가까이 점점이 흩어진 작은 섬들이 어우려져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곳이다. 1km에 달하는 백사장은 성수기 때 하루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명선도는 작은 길이 생겨 해변에서 걸어서 찾아갈 수 있다. 진하해수욕장에서는 제트스키, 윈드서핑 등의 해양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진하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서생포 왜성은 앞서 언급했던 곳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덜하지만, 바다 조망과 산길을 산책하는 매력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부산으로 침략한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일본식 축성법으로 지은 산성으로 둘레가 4.2km에 달한다. 지금은 천수각 등 큰 건물은 없고 석축과 성벽 정도만 남아 있다. 왜성이 있는 용곡산은 209m로 그리 높지 않지만, 둘레길까지 올라가는 데 20여 분 정도 비탈을 올라가는 수고는 해야 한다. 하지만 봄꽃이 길 곳곳에 피어있고, 길에 야자매트 등이 잘 깔려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올라가는 데 숨이 제법 가쁘기는 하지만, 왜성 앞에 서면 눈앞에 진하 해수욕장과 서생리 마을, 회야강이 어우러진 시원스런 자연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울산옹기축제. 사진제공|울주군

● 옹기 도붓장수 행렬, ‘울산옹기축제’

온양읍에 있는 외고산옹기마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민속 옹기마을이다. 울산옹기박물관과 옹기아카데미관을 비롯해 전통공방과 전통가마 등 옹기와 관련된 문화유산이 이곳에 있다. 매년 이곳에서는 ‘울산옹기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5월4일부터 7일까지 진행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옹기 도붓장수 행렬을 보여주는 ‘외고산 옹기 팔러가세∼!!’, 관람객들이 직접 흙을 만지고 밟으며 노는 ‘옹기장난촌’, 소원 장작 넣기, 가마 먹거리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불 놀이터 등이 있다. 울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직접 보여주는 옹기장인시연관과 옹기문화국제교류전도 열린다. 특히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해 나만의 옹기 만들기 체험, 옹기에 그림 그리기, 옹기 발효음식 담그기, 옹기다례 체험, 옹기물레 체험, 옹기다육심기 등 옹기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울주|글·사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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