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령사회 한국, 빚 짓눌려 ‘실버 디폴트’ 급증

조은아 기자 , 박성민 기자

입력 2018-09-05 03:00:00 수정 2018-09-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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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상반기 5451명, 4년새 87% 늘어
고용대란 4050도 노후파산 위험


경기 안양시에 사는 60대 이모 씨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옷가게를 열기 위해 은행 대출 3000만 원을 받았다가 20년이 넘도록 ‘빚의 덫’에 갇혀 있다. 은행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고금리 카드론까지 손대다 보니 지금까지 빚의 절반밖에 갚지 못했다. 이 씨는 “40, 50대엔 자녀 교육비에 빠듯한 생활비 대느라 빚 갚기가 힘들었다. 이젠 체력도 소득도 바닥나 더 막막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실버 디폴트(노년층 채무불이행)’가 심각해지고 있다. 중년 때 짊어진 빚의 굴레가 노년층을 ‘빚의 낭떠러지’로 떠밀어 생계를 위협하는 모습이다.

4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개인·프리 워크아웃(채무조정)을 신청한 60대 이상 고령층은 5451명으로 4년 전(2911명)에 비해 87% 늘었다. 이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개인·프리 워크아웃은 채무자의 이자와 원금을 감면해 최대 10년간 나눠 갚게 하는 제도다. 최근 4년 동안 전체 신청자가 30%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고령층이 그만큼 급증했다는 뜻이다.

개인 워크아웃으로도 감당이 안 돼 아예 파산을 신청한 고령층도 늘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파산을 신청한 60세 이상은 올 상반기 5472명으로 4년 전(5340명)보다 2%가량 늘었다. 반면 전체 파산 신청자는 같은 기간 2만7488명에서 2만1536명으로 오히려 22% 줄었다.

워크아웃이나 파산을 신청하는 노년층 중에는 외환위기 때 직장을 잃고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빚을 진 이가 많다. 최근 고용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40, 50대도 빠른 속도로 노후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은아 achim@donga.com·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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