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이웃, 오래가게]국선옻칠

주성원기자

입력 2019-08-17 03:00 수정 2019-08-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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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것이 요즘 세상이라지만, 우리 곁에는 오랜 시간 골목을 지키고 있는 노포(老鋪)들이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들을 ‘오래가게’라는 이름으로 기리고 있습니다. 어느새 떼지 못할 만큼 정이 들어버린 이웃을 소개합니다.》

흔히 전통 공예품이라면 인사동이나 남대문시장을 떠올립니다. 면세점 한쪽에 진열돼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꼬마김밥이나 빈대떡, 육회 식당으로 더 잘 알려진 서울 광장시장에 전통 공예품이라니….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입니다. 하기야 넓은 광장시장에 먹을거리 가게만 있는 것은 아닐 테지요.채소, 생선 같은 식자재는 물론이고 예단이며 혼수에 각종 의류 부자재까지…. 찾아보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많은 곳이 시장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시장 2층에서 43년째 나전칠기로 만든 전통 공예품을 파는 상점이 있습니다.

1977년 처음 장사를 시작한 오세운 씨(사진)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며 터를 닦았습니다. 아들 명호 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어 판로를 넓혔습니다. 지금은 제조 공장을 함께 운영하며 소매뿐만 아니라 도매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제법 사업 규모가 커졌습니다. 딸 주연 씨도 행정업무를 도맡으며 일손을 돕고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같은 길을 걷습니다.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이런 의미일까요.

열아홉 되던 해 경북 상주 고향에서 무작정 상경해 먹여주고 재워준다기에 취직한 칠기 공장이 나전칠기 공예에 입문한 계기였습니다. 그 후 납품 배달을 가면서 알게 된 상점으로 이직하고, 취업한 상점이 문을 닫게 되자 “까짓것 내가 한번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공예품 판매점입니다. 스물여섯부터 걸어온, 평탄치 않은 길이었지만 오세운 씨는 전통 공예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일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 몇 대를 이어 한국을 빛낼 ‘장인(匠人)기업’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바람도 숨기지 않습니다.

그만큼 자녀에게 거는 기대도 큽니다. 다행히 아들 명호 씨는 가업에 뛰어들기로 하면서 나전칠기 기술을 배울 만큼 열의를 보였습니다. 공예 공모전에서 입상할 정도의 실력까지 갖췄으니, 이만하면 기대를 걸어도 되지 않을까요.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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